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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대 자산가 재산보유세 7배로 껑충▼
▽박정수(朴釘洙·행정학과) 서울 시립대 교수〓
부유세 공약은 사회적 평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순(純) 부유세를 폐지하는 흐름과 다르고, 시행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점에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5억원, 기타 금융자산 5억원인 10억원대 자산가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종합토지세율(1.5%)을 원용하면, 부유세 도입으로 재산보유세는 현재의 연 200만원의 7배가 넘는 연 1500만원으로 늘어난다.
현재도 취득세 등록세 비중이 높은 탓에 총 세수입 가운데 재산과세 비율은 14% 수준이다. OECD 평균 6%보다 2배 이상 높다.
민노당이 부유세로 걷겠다는 연 11조원은 연간 국세수입 100조원의 11%. 그러나 유럽의 7, 8개 좌파정권 국가의 부유세 비중은 1% 미만이다.
따라서 부유세의 첫 단추인 종합토지세를 제대로 걷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종토세를 이원화해서 물세(物稅) 형태인 토지세는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상위 5%에만 인세(人稅)를 적용하여 현재와 같이 사람별로 합산해 누진세율을 매기는 것이 실천가능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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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루세액 8조5000억 징수 실현성 의문▼
▽김종순(金鍾淳·재무행정학과) 건국대 교수〓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과세의 실효세율이 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 값이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높기 때문에, 외국 수준으로 세율을 올린다면 조세부담 급증으로 인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
보유과세를 강화한다면 반대로 지나치게 세율이 높은 거래세, 즉 취득세와 등록세 양도소득세의 세율은 낮춰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과표 인상으로 인한 세수증대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다. 이를 통해 4조3000억원을 더 걷겠다는 것은 무리다. 국방비 축소로 8조80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은 바람직하긴 하지만 북한과의 긴장완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등 국제적 변수와 연관된 문제다.
종합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탈루액 징수 공약은 경제정의 구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는 비과세 및 감면비율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데다 조세징수율도 낮다. 특히 봉급생활자를 제외한 납세자들의 세원포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많은 세금이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8조5000억원이나 징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유세등 파격 정책 경제위축 고려미흡▼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후보가 26일 발표한 공약은 다른 후보에 비해 파격적인 사회복지 정책을 담고 있다. 집권할 경우 첫 해에 소요되는 복지예산만 30조원이 넘는다.
권 후보는 그러나 재원마련 방안까지 조목조목 제시했다. 부유세 신설, 국방비 축소, 각종 탈루액 추징 등으로 34조원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엄청난 정책변화에 따른 조세저항 등 부작용에 대한 고려도 미흡하다.
예를 들어 부유세를 우려한 고액 자산가들이 부동산 처분에 나설 경우 부동산 가격 폭락과 중산층 자산 감소, 소비 감소, 생산 감소, 경제위축 등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럴 경우 종합소득세와 종합토지세, 재산세 등 세원도 대폭 줄게 돼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복지정책을 계속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경제가 나빠지면 서민 생활수준은 더욱 악화돼 복지 예산이 더 필요해지는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후보는 10조원이 넘는 추가 예산이 필요한 대학 무상교육 추진 공약까지 내놓았다.
국방정책과 관련해 권 후보는 △병력 20만명 감축 △군 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 △국방예산 8조8000억원 절감을 주장하면서도, 전력은 전혀 약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매년 현역자원이 줄어들어 대체복무제도도 축소·폐지해야 할 실정이다”면서 “내년도 국방예산(17조9300억원)의 절반을 한꺼번에 없애면 각종 전력증강사업을 거의 중단해야 하므로 전력유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