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李富榮) 선대위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당이 입수한 국정원의 불법 도청자료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권력 실세들의 자리 나눠먹기와 지역차별, 불법 인사개입과 인사전횡 등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며 A4용지 16장 분량의 도청자료 16건을 공개했다.
이 부위원장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는 올 1월 3일부터 3월 26일까지 박지원(朴智元) 당시 대통령정책특보가 청와대 관계자, 장관, 민주당 의원, 언론사 간부 등과 통화한 내용이 들어 있다. 자료 형식은 한나라당이 지난달 28일 1차 공개한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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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내용 전문 - "사설팀이 청와대 도청하겠나" - 이수동은 누구 - "휴대전화 도청장비 車에 싣고다녀" - "사설업체 휴대전화도청 꿈도 못꿔" - 국정원"장비개발 계획조차 없다" - 한나라-민주 등 도청 당사자 반응 |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박 특보는 2월 24일 이재신(李載侁)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 “대통령께서 일개 정치브로커인 도승희의 말만 믿고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불구속 상태에서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심경을 말씀하시는 등 이수동에 대해 상당한 집착을 보이시더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자료에는 박 특보가 또 2월 6일 모 방송사 보도국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자신(박지원)이 악역을 맡아 마무리했다. 이번 장·차관, 대통령수석, 검찰 인사는 모두 자신이 처리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와 함께 박 특보가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에게 육군 소장 인사청탁을 한 내용, 권노갑(權魯甲)씨가 모 협회 회장 선임에 개입한 사례, 박준영(朴晙瑩) 당시 국정홍보처장의 취업 주선 사례, 남궁진(南宮鎭) 당시 문화관광부장관의 인사청탁, 김현섭(金賢燮) 대통령민정비서관과 손영래(孫永來) 국세청장이 김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 문제를 협의한 내용 등이 들어 있다.
이에 대해 차정일 전 특검은 “이재신 수석과 이수동씨 수사와 관련해 2, 3차례 통화한 적은 있으나 불구속 문제 등을 말한 적은 없다”고 했고 정부 관계자와 민주당 의원들은 “그런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제보자는 국정원 현직 인사이나, 신변보호 차원에서 신원을 밝힐 순 없다”며 “자료는 원본 그대로이며, 2차 폭로 내용에 대한 여권의 반응을 지켜본 뒤 추가 폭로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이 최근 휴대전화 도청장비를 자체 개발했으며, ‘CASS’라고 하는 이 장비는 여행용 트렁크 크기의 2개가 1조를 이룬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나라당이 제시한 도청자료는 국정원과는 전혀 무관한 괴문서”라며 “현재까지 어떤 종류의 휴대전화 감청장비도 개발하지 않았고, 운용하고 있지도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