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도청자료 추가 폭로]통화내용 전문

  • 입력 2002년 12월 1일 18시 35분


한나라당이 1일 국가정보원 도청자료라고 주장하며 추가로 폭로한 자료 중 일부. - 박경모기자
한나라당이 1일 국가정보원 도청자료라고 주장하며 추가로 폭로한 자료 중 일부. - 박경모기자

▼청와대 및 민주당 인사 통화▼

□박지원 특보→이재신 민정수석(2002년 2월24일)

박 특보〓(차정일) 특별검사에게 조사받고 있는 이수동(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처리문제와 관련, 대통령께서 “당사자가 금품수수에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데도 일개 정치브로커인 도승희 말만 믿고 대가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불구속 상태에서 특검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심경을 말씀하시는 등 이수동에 대해 집착을 보이시더라. 사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였는 바

이 수석〓대통령께서 전윤철 비서실장에게도 같은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차정일 특검과 접촉을 시도중이라고 알려줌

□모 방송사 보도국장→박지원 특보(2월6일)

보도국장〓○○○사장이 “검찰 인사가 잘 된 것 같다”고 평가를 했다. 그런데 이번 인사가 지연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박 특보〓김학재 민정수석(법무연수원장)이 대통령에게 “대검 차장이나 차관으로 가도록 해 달라”고 건의한 데 따른 조정문제와 지역 편중문제 해결 등에 있었지만(지연 사유) 대통령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자신(박지원)이 악역을 맡아 마무리했음. 이번 장차관, 청와대 수석, 검찰 인사는 모두 내가 처리했다고 알려 줌

□박지원 특보→김동신 국방부장관(2월28일)

박 특보〓국민의 정부 탄생을 헌신적으로 도와 준 모 부국장이 “친형인 ○○○ 육군소장(모 부대 참모장)이 승진할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 소장의 승진을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였는 바

김 장관〓검토는 해 보겠지만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

□김현섭 대통령민정비서관→손영래 국세청장(2월20일)

김 비서관〓홍준표가 한미은행 로스앤젤레스지점 등에 홍걸 명의로 60만달러에서 수백만달러가 입금돼 있으며 국세청에 계좌번호까지 제출했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청와대측은 “홍 의원이 출처불명의 괴문서로 문제 야기하고 있다”는 식으로 밀고 나갈 작정임. 변호사를 통해 한미은행이 관련 자료를 유출했는지 여부를 확인중이라고 알려주었는 바

손 청장〓홍걸 자택을 매각한 돈이 한미은행에 입금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홍 의원이 제시한 계좌번호가 홍걸 명의 통장인지 여부, 은행측이 자료를 유출했는지 여부 등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반응

□민주당 박주선 의원→박지원 특보(3월2일)

박 의원〓재정경제부가 재경부 출신 밥그릇 챙겨주기 위해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단임’이라는 명분으로 쫓아내고 있다. 한국신용정보㈜ ○○○사장은 광주고 출신으로 그동안 경영을 잘한 만큼 유임을 주선해 달라고 요청하였는 바

박 특보〓3월 2일 진념 (재경부)장관을 만날 때 얘기해 놓겠다는 뜻을 표함

□박지원 전 정책기획수석→박준영 국정홍보처장(1월3일)

박 전 수석〓박 처장이 단골술집인 ‘혜원’의 여종업원을 ‘패스 21’에 취직시켜 준 것을 놓고 시중에 나쁜 소문이 돌고 있다. 이 소문이 청와대까지 알려져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만큼 잘 정리하라고 종용하였는 바

박 처장〓(국정홍보) 처장실로 찾아온 윤태식(패스 21 대표)을 통해 여종업원을 취직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소문은 잘못이라고 해명.

□박문수 전 광업진흥공사 사장→임인택 건설교통부장관(2월4일)

박 전 사장〓산업전기안전협회장 선임과 관련, 협회는 현 공창덕 회장을 추천했으나 임면권자인 신국환 산자부장관이 “민주당이 추천한 A씨를 임명하겠다”고 함에 따라 한광옥 민주당 대표에게 확인해 보니 “권노갑측에서 부탁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신 장관에게 “공 회장이 선임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였는 바

임 장관〓“권노갑 고문에게 찍히는 일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

□남궁진 문화부장관→이태복 보건복지부 장관(2월25일)

남궁 장관〓임기만료된 강원랜드 ○○○이사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이나 사무국장을 맡을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고 부탁한 바

이 장관〓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

▼국회의원 및 관계자 통화▼

□배기선 민주당 의원→박양수 민주당 의원(1월7일)

배 의원〓지난 대선시 자신(배기선)의 요청으로 외교안보연구원 연구관을 그만두고 선거를 지원했던 ○○○이 아직도 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의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자

박 의원〓한광옥 대표와 남궁진 문화관광부장관에게 ○○○를 관광공사 감사로 선임해 주도록 부탁하겠다고 답변

□차봉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총연합 위원장→이부영 한나라당 의원실 관계자(1월24일)

차 위원장〓정부가 공무원 노조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의 저지를 위해 의원입법을 추진중에 있다. 전공련이 법안 발의에 필요한 20명 이상의 의원들을 물색하고 있으니 이부영 의원이 발의해 주기 바란다. 부담스러우면 민주당 소장파 중에서 물색해 보겠다고 하였는 바

이 의원실 관계자〓이 내용을 보고하겠다는 반응

□정대철 민주당 고문→이부영 한나라당 의원(1월29일)

정 고문〓할 얘기가 있으니 1월29일 14시30분 의원회관에서 만나자고 제의한 바

이 의원〓1월 29일 15시 신동아화재보험 빌딩에서 개최될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에 참석해야 되니 그 곳에서 만나자는 반응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이부영 한나라당 의원(3월26일)

김 의원〓이 총재가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해 수습 국면에 접어들겠지만 대선후보 경선을 하지 않고 추대로 이 총재를 옹립해서는 국민 지지도를 회복시킬 방법이 없다. 몇몇 의원을 규합하여 대선후보 경선 7월 연기 방안을 제기하자고 권유한 바

이 의원〓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대선후보 선출문제가 지자체 선거와 민주당의 국민경선제 상황 등과 연계되어 복잡한 사안인 만큼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이 총재가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하여 이제 비주류의 탈당 명분이 다 없어진 것 같다는 반응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김영춘 한나라당 의원(3월13일)

이 의원〓이 총재에게 미래연대측 결의를 설명하겠다. 이 총재가 우리 미래연대의 제의를 수용할 경우 DR(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의 탈당을 만류해야 할 것이라고 전하였는 바

김 의원〓이 총재가 수용하면 3월13일 밤 DR에게 탈당하지 않도록 간곡하게 권유해 보자고 답변

□김용태 전 장관→김만제 한나라당 의원(3월25일)

김 전 장관〓문희갑 대구시장이 출마를 포기해 자신(김용태)이 뛰어들었으나 경선에서 승산이 없다. 이원형 의원을 설득해 자신(김용태)이 합의 추대 형식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한 바

김 의원〓전에 대구지역 의원 모임에서 이원형 윤영탁 박승국 의원 등의 경선 출마 확약을 받고 경선을 확정했기 때문에 이제는 번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신(김만제)이 지난 총선때 이원형 지역구를 빼앗아 이번에는 도와줄 수밖에 없다. 열심히 뛰어 판세를 점검해 보고 후보 등록 시점에 결정하라고 조언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이 의원 보좌관 이상모(3월21일)

이 의원〓청와대가 정권재창출을 위해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는 가운데 노무현이 과다한 변호사 수임료를 받아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고 하니 추적해보기 바란다. 총재 권한대행은 최병렬 부총재가 적임자인 것 같으니 정국 현황을 망라한 기획판단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바

이 보좌관〓노무현의 돌풍이 사회 분위기로 봐서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노무현에 대한 공격은 이인제가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

□문화일보 기자→박종웅 한나라당 의원(3월 7일)

기자〓강삼재 부총재가 박근혜 의원 탈당에 대해 지도부로서 책임을 진다는 취지에서 부총재직 사퇴와 대선후보 경선 불출마 선언은 물론 이 총재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탈당한다는 얘기가 있다. 강삼재 의원이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접촉한 사실이 있느냐고 문의한 바

박 의원〓YS가 내색을 하지 않는 걸 보면 두 사람이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같지 않다는 반응

▼1·29개각 당시 박지원씨 역할 ▼

한나라당이 1일 공개한 도청자료에는 박지원(朴智元·사진) 대통령비서실장(당시 대통령정책특보)이 한 방송사 보도국장과의 통화(2월6일)에서 1·29개각 및 대통령비서실, 검찰인사에 직간접으로 개재돼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검찰이나 장관, 대통령수석비서관 인사와 관련해서는 많은 기자들에게 배경 등을 설명한 바 있다. 내용은 대충 맞지만, 내가 인사를 다 처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또 “문건은 기자들에게 이야기한 그런 내용을 짜깁기한 것 같다”며 “특정인과의 통화를 도청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실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검찰총장 인사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는데, 그 절차를 밟으려면 인사 발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러나 당시 기자들이 계속 인사내용을 추적하고 있음을 감안, 내가 내정 형식으로라도 서둘러 총장인사를 발표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해 인사과정에 관여했음을 간접 시인한 바 있다.

실제 1월 검찰인사 당시 김학재(金鶴在)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문건 내용대로 대검차장이나 법무차관 자리를 원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안팎에서는 대통령민정수석이 곧바로 ‘요직’으로 가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비판론이 강했다. 결국 김학재씨도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박 실장이 검찰총장 인사가 이뤄진 1월17일 당시 아무런 직책이 없었다는 점. 박 실장은 민주당 개혁파의 공세에 밀려 2001년 11월8일 정책기획수석에서 물러났고, 1·29개각을 통해 정책특보로 청와대에 복귀했기 때문에 박 실장의 검찰인사 간여는 그 공백기에 이뤄진 것이었다.

이 기간에 박 실장은 개각 및 대통령비서진 인선 작업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각 인선과 관련해 당시 형식상 주무 역할을 한 사람은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이상주(李相周) 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나중에 “1·29개각을 앞두고 박지원씨와 의견을 나눈 것이 사실이다”고 말해 박 실장의 개입을 시인했다.

박 실장의 공백기에 청와대 핵심 K씨, K비서관 등이 여권 관계자 등을 접촉해 박 실장의 청와대 복귀에 대비한 여론조성 작업을 한 것도 당시 박 실장의 영향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청와대 핵심 K씨는 당시 민주당 고위당직자를 만나 “박 실장의 청와대 복귀는 대통령이 원하는 바”라고 설명하고, 당내 개혁파 의원들을 설득해 주도록 요청했었다는 후문이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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