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盧 ‘공약 베끼기’ 논란

  • 입력 2002년 12월 9일 18시 17분


16대 대선전이 후반에 접어들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중간층을 흡수하기 위해 상대 당의 정책공약을 서로 차용하는 ‘베끼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이 제기되자 한나라당은 국정원법을 개정해 국정원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약속했고 민주당도 국정원을 해외정보처로 개편해 국내 사찰업무를 중단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서로 비슷한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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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의 개헌 문제 역시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와 2004년 17대 국회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추진키로 합의하자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8일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임기를 단축하더라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한나라당이 9월20일 군 복무기간을 2개월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수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더 들어가고 군 인력의 감소 추세 등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없다”며 일축했던 민주당은 8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4개월 단축 방안을 발표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9일 상대방을 향해 “왜 우리 당 공약을 표절하느냐”며 치열한 비방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경로연금을 현행 5만원에서 7만∼8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하자 민주당이 ‘1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따라왔으며 ‘중소기업 법인세 최저 세율(현행 12%)을 내리겠다’고 공약한 것도 민주당이 베꼈다고 주장했다.

또 한나라당은 민주당은 당초 경제성장률을 5%로 제시하고도 자신들이 6% 공약을 제시하자 또다시 7% 공약을 내놨다고 비난했다. 국방예산도 한나라당이 국내총생산(GDP)의 3%를 주장하자 민주당이 이를 그대로 따라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노 후보가 4일 조계사를 방문해 북한산 관통 서울외곽순환도로 백지화 등을 약속하자 한나라당이 9일 불교계 공약을 내놓으면서 똑같은 약속을 했다”고 베끼기의 ‘원조’는 한나라당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또 “노 후보의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이 충청 민심을 사로잡자 이 후보는 ‘과학기술 수도 건설’을 내세우며 따라왔고 호주제 폐지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노 후보에게 여성표를 뺏길 것 같자 ‘임기 내 폐지’로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측은 9일 성명을 내고 “노 후보가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 서명을 거부한 것은 보수층도 끌어안으려는 기회주의적 처신”이라고 노 후보를 공격했고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李漢東) 후보측은 “반미문제에 대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최근 행보는 보수적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기회주의적 행태”라고 비난했다.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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