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은 10일 정책위의장 회동을 갖고 구체적인 정책조율을 사실상 마무리했으나 서로 “남아 있는 문제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통합21의 핵심당직자는 “공동 정책을 실천할 구체적 방안, 즉 역할이 설정되지 않는다면 정책합의는 무용지물 아니냐”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통합21 내부의 핵심기류에는 “후보까지 양보한 만큼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깔려 있는 게 사실이다. 통합21측은 ‘선거전략상의 필요’까지 내세우며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대해 유권자들이 다소 불안감을 갖고 있는 외교 안보 통일 분야에서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21측은 구체적 각료 배분까지 민주당측에 요구했다는 일각의 관측에는 펄쩍 뛰고 있다. 한 당직자는 “이미 지난 주말 ‘국정공동 책임’의 실현방안 제시를 요구했다”면서도 “구체안은 민주당측이 알아서 내놓을 일이지 우리가 자리를 요구하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쪽에서는 “외치 분야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데 이마저 내놓으라면 국군통수권까지 달라는 얘기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구체적 역할 분담을 확약할 경우 집권 이후 국정운영에 족쇄가 될 뿐만 아니라 DJP연합처럼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노 후보도 11일자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과거 무슨 비밀각서 쓰듯 자리를 사전에 계약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며 정 대표와의 이면합의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통합21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7차례나 연락이 와 ‘중립유지’를 요청했다”고 밝힌 뒤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의 귀국과 관련해 ‘여권 교감설’까지 나도는 등 당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12일까지는 납득할 만한 해법이 나와야 공조수위에 관한 입장을 최종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고 ‘통첩성 발언’을 했다.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