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우선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정책공조와 정 대표의 지원유세는 별개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책공조는 후보단일화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상징적 조치일 뿐이며 공동유세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동시에 한나라당은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정 대표가 노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도록 물밑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선거전략회의에서 국민통합21과 현대그룹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또 자민련이 12일 사실상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선언을 한 만큼 충청권에서의 ‘한-자 공조’는 노-정 공동 유세를 어렵게 만드는 돌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정 대표가 전격적으로 이번 주말부터 노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한나라당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도 강구 중이다.
특히 정 대표의 공동 유세가 벌어질 경우 부동층이 늘어나고 있는 충청 및 강원권을 비롯해 영남권 일부 지역의 득표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정 대표의 지원유세가 본격화해 종반전 판세가 노 후보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면 정 대표에 대한 전면전도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비장의 ‘X-파일’을 전격 공개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에서의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대행의 맞불 유세도 한나라당은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은 “단일화 효과는 이미 노 후보 지지도에 상당한 정도로 반영되어 있는 만큼 정 대표가 유세에 나서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주중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이 후보의 지지도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만큼 이를 최소화하는 게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