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실제 행동에 나설 경우 미국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측에서 택할 유력한 카드가 경수로 공사 중단이기 때문이다. 핵동결 해제로 제네바합의가 완전 파기된 이상 미국도 ‘돈이 드는’ 약속을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
11월 열린 KEDO 집행이사회에서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집행이사국들은 12월 이후 대북 중유 공급 중단을 결정하면서 ‘북한과의 여타 KEDO 활동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어 경수로 중단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다. 최근 스커드미사일을 수송하다가 나포된 뒤 풀려난 북한 선박 사건도 KEDO의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계속해서 강경하게 나간다면 미국은 본격적인 경제제재에 앞서 경수로 공사 중단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경수로공사의 진척도는 25%가량. 이대로라면 제네바합의상 목표시한인 2003년 말보다 5년 늦은 2008년경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사업비 전액이 회수 불능상태에 빠져 KEDO 집행이사국들은 상당한 피해를 본다. 한국은 전체 사업비 46억달러 중 70%인 32억2000만달러를 부담키로 돼 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