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지난 주말을 고비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표심이 이동하는 현상이 역력하다는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의 허구성이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먹혀들고 있다는 주장인 반면, 민주당은 이 공약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가라앉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투표일을 하루 앞둔 18일 전체 일정을 전국 유권자의 47%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 배정했다.
한나라당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현재 판세를 오차범위 내 혼전으로 분석하면서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숨은 지지자’가 많아 결국은 5%포인트 정도 이길 것으로 내다봤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일반 여론조사보다 표본 수를 훨씬 늘려 조사한 결과 승부처인 40대 유권자들이 행정수도 이전과 북핵 문제 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표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소 떨어졌던 지지율이 최근 다시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권자들이 이 문제를 또 하나의 ‘정치공방’으로 치부하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의 낡은 정치 청산 구호가 다시 먹혀들고 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4%포인트 차로 이겼던 97년 대선 때보다 체감 분위기가 훨씬 좋다”며 “5년 전보다 격차를 배 정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경우 한나라당은 현재의 상승세대로라면 18일에는 역전이 확실하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두자릿수 차로 앞서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 지역도 양당 모두 우열 주장이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지난주 중반부터 상승세를 타 주말부터 근소하게 앞서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단순지지도는 물론 판별 분석에서도 계속 우세하다고 반박했다.
경기 지역은 한나라당은 농촌이 많은 북부, 민주당은 호남 출신이 많은 남부에서 우세하다는 데에는 양당 모두 동의한다. 한나라당은 최근 분당 일산 등 신도시에서 근소하게 앞서면서 전반적인 판세에서 각각 앞섰다고 분석했다. 반면 민주당은 노 후보에 대한 안정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인천〓전창기자 jeon@donga.com
수원〓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부산 울산 경남 ▼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령대별 지지 후보 양극화 현상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50대 이상 장년층은 이 후보 지지에 흔들림이 없지만 20, 30대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직도 부동층 비중이 30%에 달하고 있어 두 당은 부동층 공략을 위해 막판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부산시지부는 “이 후보 지지가 60%에 육박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막판 대세 굳히기에 나섰다. 17개 지구당위원장과 당 소속 시의원들이 총출동해 골목길을 누비며 맨투맨 접촉을 강화하면서 표 단속에 나섰다. ‘민주당 부패정권 심판’ 카드도 막판에 다시 꺼내 반(反)DJ 정서에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은 부산에서 40%대 득표를 목표로 젊은층과 40대 유권자들을 집중공략 대상으로 삼아 투표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노 후보는 17일 후보등록 이후 5번째 부산을 방문해 “부산 사람 노무현을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부산에서 고향 사람을 조금만 더 밀어주면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서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본거지인 동구에서 노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으나 다른 지역은 이 후보가 우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노 후보가 동구에서 30% 득표를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남의 경우 노 후보가 고향인 김해에서, 민노총 본거지인 창원에서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반면 여타 지역은 이 후보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의 진주에서 노 후보가 25% 득표율을 올릴지도 관심사다.
부산·울산〓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창원〓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대전 충청▼
각종 판세분석 결과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우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속내를 잘 밝히지 않는 유권자 특성과 특정 후보에 대한 표쏠림 현상이 드문 지역 특성상 결과 예측이 어려운 양상이다.
노 후보가 인천 유세에서 ‘돈 안 되는 것은 충청도로…’라는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여전히 먹혀드는 분위기다. 최소한 한나라당의 ‘집값 폭락론’으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잃는 표만큼은 이곳에서 얻을 것이라는 게 이 지역의 여론이다.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노 후보 지원유세도 일부 부동층의 마음을 붙잡고 있다.
반면 이인제(李仁濟) 자민련 총재권한대행의 이 후보 지지선언은 JP의 제지로 표심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안 된다는 것이 현지 평가다.
국가보훈자라고 밝힌 유성철씨(62·청주시 서문동)는 “주변에서는 이 후보 지지자가 반, 노 후보 지지자가 반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요즘은 실리에 따라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행정수도 이전론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 충남도지부의 한 관계자는 “당에서는 JP의 중립선언으로 노 후보가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충북도지부의 한 관계자는 “막판 뒤집기에 충분한 부동층이 ‘행정수도 이전’ 공약의 졸속성을 깨닫고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를 넘는 부동층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것도 양당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택시운전사 최승진씨(58)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 선거를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청주〓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