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의원과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 서울 장충 초등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정 대표가 박 의원에게 ‘정치적 구애(求愛)’를 하는 사이였지만, 이제는 각각 이 후보의 공동 선대위원장과 노 후보의 명예 선대위원장으로 맞대결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 명예회장을 아버지로 둔 두 사람은 모두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이번 대선에 출마하려다가 뜻을 접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13대 국회에 진출한 정 대표와 15대 국회에 들어온 박 의원은 함께 테니스 경기를 하며 정치적 우의를 다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대선구도가 양극화하면서 두 사람의 행로는 엇갈렸다. 정 대표는 8월 말 대선출마 결심을 밝힌 이후 박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통합21의 당대표직을 비워놓은 채 박 의원을 만나 설득을 시도했다. 정 대표는 11월6일 두 번째 회동에서 정체성 차이를 이유로 ‘딱지’를 맞았지만, 박 의원이 ‘비토’하는 강신옥(姜信玉) 창당기획단장을 사퇴시켜가면서까지 박 의원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이미 한나라당 ‘복당(復黨)’ 결심을 굳히고 있었고, 정 대표는 결국 두 번째 회동 다음날 노, 정 후보단일화에 나서게 된다.
두 사람은 양 후보의 조역 중 최대 거물이자 가장 인기있는 연사로 주목을 받았으나 직접 충돌은 자제했다. 정 대표는 13일부터 시작된 노 후보 지원 유세에서 박 의원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한나라당은 똑같은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부패한 기회주의 정치세력”이라고 목청을 높여 한 때 ‘동지’로 삼으려 했던 박 의원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박 의원도 유세 초기에는 직접 정 대표를 비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 17일 기자회견에서는 “이념과 정책,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합치고, 그 대가로 권력과 이권 나누기를 한 후보단일화는 우리 정치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노 후보와 정 대표를 모두 비판했다.
두 사람 모두 차기(次期)에 대한 꿈을 접지 않고 있어 언제 어떤 형식으로 ‘애증(愛憎)의 2라운드’가 펼쳐질지 모를 일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