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후보가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에 우세를 보이며, 이번 대선에서의 당선가능성을 높여온 데에는 단연 정 대표와의 후보단일화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따라서 정 대표의 이날 밤 전격적인 노 후보 지지 철회 선언은 노 후보에게 막판 최대 악재(惡材)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나아가 노 후보의 실언(失言)에 이은 정 대표의 즉흥적인 결정으로 벌어진 이날의 공조 파기사태가 투표일 직전에 발생함으로써 노 후보로서는 사태를 수습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퇴로(退路) 없는 궁지’에 몰렸다.
실제로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대한 한나라당의 파상 공세로 이 후보와 노 후보간의 지지도 격차가 좁혀지던 상황에서 지난 주말부터 정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선 것은 노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떠받치는 방파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노 후보로서는 이 후보의 막판 대추격을 무방비상태로 맞을 수밖에 없게 됐고, 이 후보는 대역전을 노릴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노 후보로서는 정 대표와의 후보단일화로 인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의 우세를 지켜왔고, 부산 경남지역에서도 선전(善戰)하는 등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어왔으나, 이 같은 양상은 급속도로 무너질 공산이 커졌다. 실제 후보단일화 직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 대표 지지자의 50∼60%가량이 노 후보를 지지하고 있고,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일부 부동층까지 노 후보 지지로 돌려세우는 데는 후보 단일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공조 파기가 투표일 직전에 벌어진 것이어서 전체 표심의 저변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구체적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정 대표 지지자들이 노 후보 지지에서 급속하게 이탈하면서 투표를 하지 않거나, 이회창 후보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의 갑작스러운 공조 파기는 ‘여론조사’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후보단일화가 이뤄진 데다 정책 조율을 명분으로 시일을 끌다가 뒤늦게 선거공조체제를 가동한 노-정 공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