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는 이날 공조파기의 이유로 표면상 노 후보가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는 돌발 발언을 했다는 점을 문제삼았으나 당직자들은 노 후보가 집권이후 정 대표를 '여러 후보군 중의 하나'로 격하시키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성토하고 있다.
노 후보의 이날 종로 제일은행 본점 앞 발언을 통해 정 대표를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과 동격으로 격하시킴으로써 후보단일화의 암묵적 합의라고 할수 있는 '차기 지위 보장' 문제를 일거에 묵살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그동안 지원 유세에서 여러 차례 "이번에 노 후보를 도와주는 것이 5년 뒤 나를 돕는 것이다. 5년 뒤에 내가 보답하겠다"며 차기에 대한 강한 의욕을 숨기지 않아 왔다. 또 정 대표 측은 대북-대미 관계와 대기업 정책 등 오랜 산고 끝에 이뤄낸 정책 공조와 분권형 대통령제를 고리로 한 사실상의 공동정부 운영 방침도 노 후보의 이날 발언에 비춰볼때 휴지조각이 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공조 파기 선언이 "울고 싶던 차에 뺨때려 준 격"이라는 해석도 하고 있다. 정 대표 주변에선 그동안 정책이나 노선 등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노 후보와의 공조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또 DJP공조 시 자민련은 원내 55석을 기반 삼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었지만, 국민통합 21의 경우 이같은 원내 기반이 전무하기 때문에 노 후보의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