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생활고에 지쳐 내부불만 고조”

  • 입력 2002년 12월 19일 18시 33분


북한이 7월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할 무렵 붕괴된 경제 상황에 관한 불만이 광범하게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내부 문서가 공개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의 민간단체인 ‘구하라, 북한 민중. 긴급 행동 네트워크’가 10월 말경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 청년을 통해 얻은 조선노동당출판사 명의의 공문서 내용을 분석해 19일 이같이 보도했다.

7월 북한 중부 도시의 한 공장 관리자에게 내부 교육용으로 배포된 8쪽짜리 이 문서는 ‘강연 및 해설자료’란 제목 아래 국가의 시장경제도입 정책에 잘 따르도록 소속원들을 잘 교육하라는 내용.

문서 내용 가운데는 “최근 수년간 국가가 식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장사를 통해 제몫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식량도 상품도 없는데 경제문제가 해결될 것인지 반신반의하는 사람도 있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어 북한 내부에 불만의 소리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새로운 국가 조치를 제멋대로 해석해 좋지 않은 여론을 만들어내는 현상이 있다”는 대목도 있어 체제비판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해줬다.

탈북 청년은 북한 실정에 관해 “전기도, 텔레비전도 없어 정보는 어둡지만 체제 비판을 입에 올리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생활고가 너무 오래 지속돼 더 이상 통제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북한은 7월1일 새로운 보수제도 도입과 배급제 일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경제관리개선조치의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임금은 직종에 따라 17∼25배, 식료품과 대중소비용품 값은 평균 25배 각각 올랐다.

민간단체인 ‘긴급행동네트워크’ 관계자는 “여러 번 재생한 종이에 활판 인쇄한 것이나 사용된 활자체와 기재된 내용으로 보아 북한 공식 문서임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