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盧그룹 '당권교체' 본격 행보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9시 15분


민주당 개혁 논의가 당권 문제와 맞물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 및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당권파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던 개혁파 의원들의 목소리는 일단 당내 전반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잦아드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선거운동을 직접 도왔던 중앙선대위 핵심 멤버 출신 ‘신주류’가 당 개혁의 주도권을 쥐고 ‘당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물밑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 및 선대위 본부장 출신 등 20여명이 그들이다. 이들은 25일 저녁 정 최고위원 초청으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당 개혁 방향을 논의했다.

이들은 대체로 신기남(辛基南) 추미애(秋美愛) 의원 등 개혁파 의원들이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려다 당 분란을 야기하면서 노 당선자에게까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당 개혁특위에서 중앙당 축소 및 원내정당화, 지구당 조직 폐지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뒤 노 당선자의 취임 전인 2월 초순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이를 통과시키면서 새로운 ‘당의 얼굴’을 선출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당선자는 당내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 대표 주도로 특위를 구성할 것인지, 또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도 당권에 도전할지 여부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선대위 본부장 출신 어느 의원은 “한 대표가 스스로 퇴진하면 당 개혁 문제가 시끄럽지 않게 마무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혁파측은 “한 대표가 주도하는 특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한 대표측은 ‘인적청산론’과 관련, “특위가 구성되면 모든 의견을 수렴해 발전적인 검토를 해나가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이와 관련, 신주류 내에선 “한 대표는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면 최소한 차기 당권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 대표측 어느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붙자. 대의원 뜻에 따라야지 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 하는 식은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당내 중진들의 움직임도 관심이다. 김상현(金相賢) 고문은 “특위에서 당 대표나 최고위원 중심의 중앙당을 폐지하고 원내정당으로 가면 자연스럽게 한 대표와 정균환(鄭均桓) 총무가 2선으로 후퇴하게 된다”는 중재안을 제시했고,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원내정당화 등 개혁안에는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당내 움직임과 관련, “노 당선자의 친위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중앙당과 지구당 폐지 방침이 마련됐고, 노 당선자에게도 보고됐다. 정당 개혁이라는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자기 뜻에 맞지 않는 사람을 교체하기 위한 불순한 목적에 의한 것이다”라며 대선 이후 처음으로 노 당선자를 직접 공격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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