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30년영욕 마침표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8시 36분


30여년간 한국정치의 한 축을 이뤘던 동교동계가 사실상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할 전망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퇴임하고, 현재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2선 후퇴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동교동계가 사실상 해체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동교동계의 퇴조는 지난해 당내 쇄신파의 ‘정풍(整風)’운동과 김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를 전후해 이미 예고됐던 것이었다. 지난해 10·25 재·보선 이후 불어닥친 당내 쇄신 파동 속에서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이 대표인 구파와 한화갑 대표계의 신파가 감정대립 끝에 갈라섰고,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도 제 갈길을 가면서 동교동계는 급격하게 사분오열됐다.

특히 이인제(李仁濟) 의원과 손을 잡고 차기 정권 창출을 노렸던 구파는 올해 4월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노무현(盧武鉉) 당선자가 승리하면서 구심점을 잃고 정치적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여기에다 김 대통령의 두 아들 비리사건과 5월초 권 전 최고위원의 구속은 동교동계 퇴조를 더욱 가속화했다.

그나마 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파는 노 당선자와 연대해 당권파를 형성했으나,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당 내분 과정에서 모호한 행보를 취하다가 10월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당내 재야 출신 중진들과 쇄신파 연합군에 의해 2선으로 밀려났다.

동교동계의 몰락과 함께 범동교동계로 분류되는 한광옥 박상천(朴相千) 정균환(鄭均桓) 최고위원도 이제 노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에 협력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거나, 당내 중도세력과 연합해 비주류의 길을 걸어야 할 처지에 빠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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