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퇴임하고, 현재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2선 후퇴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동교동계가 사실상 해체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동교동계의 퇴조는 지난해 당내 쇄신파의 ‘정풍(整風)’운동과 김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를 전후해 이미 예고됐던 것이었다. 지난해 10·25 재·보선 이후 불어닥친 당내 쇄신 파동 속에서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이 대표인 구파와 한화갑 대표계의 신파가 감정대립 끝에 갈라섰고,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도 제 갈길을 가면서 동교동계는 급격하게 사분오열됐다.
특히 이인제(李仁濟) 의원과 손을 잡고 차기 정권 창출을 노렸던 구파는 올해 4월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노무현(盧武鉉) 당선자가 승리하면서 구심점을 잃고 정치적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여기에다 김 대통령의 두 아들 비리사건과 5월초 권 전 최고위원의 구속은 동교동계 퇴조를 더욱 가속화했다.
그나마 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파는 노 당선자와 연대해 당권파를 형성했으나,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당 내분 과정에서 모호한 행보를 취하다가 10월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당내 재야 출신 중진들과 쇄신파 연합군에 의해 2선으로 밀려났다.
동교동계의 몰락과 함께 범동교동계로 분류되는 한광옥 박상천(朴相千) 정균환(鄭均桓) 최고위원도 이제 노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에 협력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거나, 당내 중도세력과 연합해 비주류의 길을 걸어야 할 처지에 빠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