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맞춤형 봉쇄'추진]“北 핵포기 안하면 경제붕괴”경고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8시 14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 추방 등 핵시설 재가동에 박차를 가하자 미국은 당혹해하면서도 신속히 제동을 걸 수 있는 효율적인 대응방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IAEA 요원 추방에 대해 “국제협약을 또다시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으나 북한의 단계별 조치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대신 28일 ‘맞춤형 봉쇄(tailored containment)’ 정책을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언론에 흘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결국 경제붕괴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는 것이 이 정책의 골자. 대북(對北) 군사작전과 직접협상을 배제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원칙을 대전제로 하고 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등 강경한 대북정책을 추구해온 부시 행정부가 군사작전을 배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고심 끝에 내놓은 이 해법은 실효성 면에선 한계가 엿보인다.

우선 북한은 핵시설 재가동을 통해 몇 달 안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으나 국제적인 대북(對北) 경제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는 데는 그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는 지적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심화된 식량 및 경제난 속에서도 체제를 지탱해 온 북한이 경제제재만으로 단기간에 붕괴위기에 몰릴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 쿠바가 미국의 오랜 봉쇄조치에도 불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경제제재의 한계를 보여준다.

또 북한의 핵심 교역국인 한국 중국 일본이 과연 미국의 요구대로 대북 경제제재에 동참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북한과의 경협확대를 추구하며, 북한을 고립시키는 데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우방인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으며 일본 역시 강경한 대북 압박정책에 미온적이다.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 중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강경한 대북 제재에는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대화 및 협상을 거부한 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다른 국가들을 통한 간접해결 방식을 추구하려 한다는 점.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처럼 북한의 잘못을 보상하는 형태의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직접대화 없이는 북한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기도, 북한을 설득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들이 많다. 게다가 미국은 이라크 문제로 발목이 묶인 상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미국이 북한 핵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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