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 출범을 앞둔 민주당 개편 과정에서 동교동계가 이른바 ‘김심(金心·김 대통령 의중)’을 빌미로 쇄신에 저항하거나 세 대결 등 구태를 반복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은 앞으로 민주당 개혁파들이 동교동계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켜 공격하고 나설 가능성도 염두에 둔 듯하다. 동교동계에 대한 일반의 이미지가 극히 부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동교동계가 공격받을 경우 김 대통령 본인의 이미지도 손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김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퇴임 후 특정 계보의 리더가 아니라 국가적 지도자로 남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한 것이다.
김 대통령의 이날 언급으로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 한화갑(韓和甲) 대표, 김옥두(金玉斗) 의원 등 김 대통령의 비서출신으로 대표되는 동교동계는 정치세력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동교동계는 한 대표가 퇴진 요구를 받는 등 민주당 안팎으로부터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는 대체로 대세를 인정하고 있다. 한 동교동계 의원은 “김 대통령의 언급은 노 당선자가 잘되길 바라고, 우리한테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에서 한 것으로 안다”며 “노 당선자가 잘 하도록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1세대로는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남궁진(南宮鎭) 전 의원, 80년대 초반 합류한 2세대에는 한광옥(韓光玉) 최재승(崔在昇) 윤철상(尹鐵相) 배기선(裵基善) 설훈(薛勳) 정동채(鄭東采), 87년 대선 이후 합류한 전갑길(全甲吉) 배기운(裵奇雲) 문희상(文喜相) 의원 등이 있다. 이협(李協) 이윤수(李允洙) 이훈평(李訓平) 조재환(趙在煥) 박양수(朴洋洙) 의원 등은 범동교동계로 분류된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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