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정(林采正) 인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수위 인선에서 다면평가 결과를 최우선 기준으로 활용했다”며 “앞으로 공직사회에도 이 제도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의 다른 관계자도 “인사 시스템을 전환하는 차원에서 공직 사회에 도입할 수 있는 대목을 가려서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면평가제는 특정인에 대해 동료와 상·하급자가 동시에 평가하는 제도로, 민주당은 정당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12월26일 선대위 당직자를 대상으로 이 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면평가제에 대해 인수위 안팎에서는 기대와 함께 “아직 여물지 않은 제도를 확대해 부작용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하고 있다.
실제로 당초 인수위는 3일 오전 민주당 및 자문정책단 중 인수위 파견 인력 99명에 대한 인사발령을 낼 계획이었으나 노 당선자가 “다면 평가를 받지 않은 인사는 이에 준하는 평가를 다시 실시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29명의 인사를 보류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추가 평가를 실시키로 했다. 4일 발표할 예정이던 각 부처 파견 공무원 60명에 대해서도 다면평가와 유사한 평가를 재실시할 계획이어서 이들의 인선은 이르면 6, 7일경 결정된다.
이에 대해 인수위의 한 분과위 간사는 “북한 핵문제 해법 찾기 등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사람 뽑는 데 너무 시간을 할애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기획 예산처 98년 다면평가 시범 실시 ▼
기획예산처는 과거 다면평가 방식에 의한 인사고과제도를 시험삼아 실시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한국 관료사회의 문화와 맞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돼 공식 인사고과제도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예산처는 기획예산위원회 시절이던 1998년 9월 정부개혁실 산하 직원 40명을 대상으로 예고 없이 다면평가를 시범실시했다. 1명이 나머지 39명을 평가한 뒤 종합점수를 계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3명에게 상을 주는 방식이었다. 다면평가에 경험이 많은 GE코리아의 도움을 받아 설문지를 구성하고 결과를 분석했다.
시범실시 결과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은 능력에 따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즉 공식 업무에서는 객관적인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다면평가에서는 나쁜 점수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
당시 평가에 참여했던 예산처의 한 국장은 “업무와는 무관하게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주류(主流)를 이루는 그룹이 일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공식 인사자료로는 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다면고과를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다만 평가 결과를 간부들이 참고자료로 활용하는데는 나름대로 가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 중간간부는 “당시에는 충분한 준비를 거쳐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점을 보완해 시행한다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관련기사▼ |
- DJ정권 5년 호남편중인사 실태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