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노 당선자는 집권 초기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과의 대화와 타협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그림을 그리고 있음이 8일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 라인의 내정인사를 통해 드러났다.
자신의 정치적 후견인인 민주당 김원기(金元基) 고문에게 정치자문 역할을 맡기겠다고 밝힌 것도 대야(對野)관계를 포함한 정무기능의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2004년 17대 총선 때까지의 국정 1기 운영에 있어 정무기능은 김원기-문희상-유인태 라인을 통해 이뤄질 것이 분명하다. 이들 3인의 경우는 과거 통합 민주당 시절은 물론이고 민주당이 분당된 이후 국민회의(문희상) 통추(김원기 유인태)로 나뉘어 있을 때도 긴밀한 교감을 해왔으며 노 당선자와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이처럼 노 당선자가 최우선적으로 정무기능 강화에 나선 것은 당장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새 정부의 안착을 위해서는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라는 최대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 때문인 듯하다.
이와 함께 노 당선자가 김 고문에게 ‘어떤 형식이든 공식 직함이 있는 정치자문역’을 맡기겠다고 밝힌 것은 민주당의 차기 당권과 관련해 김 고문과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간에 교통정리를 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김 고문의 경우 여야 전반을 아우르는 역할을 맡기고, 정 최고위원에게는 민주당 쪽을 책임지도록 해 당 개혁작업을 추진하겠다는 게 노 당선자의 구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노 당선자는 6일 정 최고위원을 따로 만나 “당을 잘 맡아달라”고 주문했으며, 문희상 최고위원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기용하는 문제도 깊이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은 스스로 대선 이후 이해찬(李海瓚) 이상수(李相洙) 김경재(金景梓) 이재정(李在禎) 이호웅(李浩雄) 의원 등 선대위 본부장급 인사들과 함께 당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해왔다.
노 당선자가 당의 발전적 해체 등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해온 당내 개혁파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정 최고위원과 선대위 출신 중진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당내 동교동계와의 마찰을 최대한 피하면서 당 개혁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노 당선자는 정부 구성에 있어서도 ‘안정 총리’ 기용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어 ‘당-정-청’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기조로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정치인 입각’ 요구가 수용될지 여부가 당과 청와대 및 내각의 최종 그림을 그리는 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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