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한이 그 근거로 제시한 몇가지 주장은 모순점을 안고 있다.
▽체제보장 약속 위반?=박길연(朴吉淵) 주유엔 북한대사는 10일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미국은 북한에 어떠한 핵위협도 가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체제보장 약속’의 근거는 제네바 기본합의서 3조1항의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위협 또는 불사용을 공식 보장한다’는 대목.
그러나 실제 이 조항의 의미는 북한측 주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 대목은 언뜻 보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는 핵 불사용을 약속하고 체제를 보장해야 한다’는 북한측의 최근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핵 비보유국에 대해서는 핵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기존 핵정책에 바탕한 조항이어서 북한의 핵 투명성이 확인된 이후에야 적용될 수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핵 투명성이 확인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체제보장’ 약속을 미국이 어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북한이 합의사항을 잘못 이해했거나 알면서도 일부러 무시하고 선전전을 벌인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핵동결 해제 및 NPT 탈퇴는 전력생산 목적?=북한은 전력생산을 위한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게 정부측 판단이다. 북한이 전력생산용이라고 주장하는 평북 영변의 5MW원자로는 5000kW 생산규모로 50W 형광등 12만5000개를 켤 수 있는 용량. 공장을 제대로 돌리기에도 부족한 전력이다.
또 보통 비핵국가가 원자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NPT에 가입하고 원자력기술을 지원받는 것이 통상적인 경로이기 때문에 ‘NPT 탈퇴=전력 생산용’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상식과도 맞지 않는다.
▽기본합의문은 미국이 파기?=북한은 미국이 중유 제공을 중단, 제네바합의를 깨면서 현재의 사태가 초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네바합의 3조2항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 이행’을 명시하고 있고,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92년) 3조는 ‘남과 북은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고농축우라늄 핵개발로 두 가지 합의를 모두 위반했고, 중유 중단은 그 이후에 취해진 조치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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