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거론되고 있는 해법의 중심축은 북한이 주장하는 ‘불가침조약’ 체결 주장과 미국의 ‘선(先) 핵폐기’ 요구 사이의 접점 찾기라고 할 수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13일자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과 불가침협정을 체결해야 하며, 북한은 상응한 조치로 핵 계획을 포기하고 사찰과 검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정부가 불가침조약을 체결한 사례가 없고, 이미 불가(不可) 원칙을 천명한 상태여서 실현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두 번째 방안으로는 비록 조약은 아니지만 문서형태로 유사한 약속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8일 “체제보장 문제가 막 부상됐으며, 외교가 풀어야 할 과제”라며 94년 빌 클린턴 전 행정부가 발표한 대북 서한과 북-미 공동성명의 유효성을 언급했다.
불가침협정은 아니더라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 핵개발을 하지 않으면 체제보장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서한을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북한의 핵투명성 확보라는 ‘전제 조건’이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세 번째로는 2000년 10월 북한 조명록(趙明祿)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체결했던 북-미 공동성명을 활용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당시 양국은 “쌍방은 그 어느 정부도 타방에 대해 적대적 의사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통해 상대방의 자주권을 상호 존중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 공동성명을 출발점으로 해서 북-미 관계를 설정하자는 주장을 수차례 해 왔다. 또 당시 공동성명에는 미사일 시험발사 포기의사도 포함됐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 밖에 중국 러시아 등 관련국들이 미국의 북한체제보장에 보증을 서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아이디어들이 ‘의미있는 해법’이 되려면 북한과 미국 양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인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첫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접점을 찾는 일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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