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후부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홈페이지인 ‘노하우(knowhow.or.kr)’에는 ‘살생부와 공신전’ 등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살생부명단이 국회 의원회관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여러 종류의 살생부가 나돌고 있으나 민주당 의원 중 94명을 △특1등 공신 19명 △1등 10명 △2등 16명 △3등 17명 △역적 21명 △역적 중의 역적 3명 △판단유보 기타 8명 등 7등급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살생부는 단순한 등급 분류에 그치지 않고 의원들의 상세한 행적과 성향은 물론이고 당내 사정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역적 중의 역적’으로 지목된 P의원의 경우 ‘이제 와서 건호(노 당선자의 아들) 결혼식에 눈도장 찍으러 간다고 죄를 용서받기는 힘들 것’, ‘역적’으로 분류된 다른 P씨는 ‘11월 13일에도 반노 인사들과 골프 하고 폭탄주’, ‘판단유보’ 대상인 C의원은 ‘노 후보가 8월에 저녁밥까지 사주었는데’ 등 매우 구체적인 행적이 기록돼 있다.
의원들은 살생부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역적’으로 분류된 동교동계의 L의원은 16일 국회 본관에서 P의원을 만나자 “어이 역적, 당신도 나하고 같은 급이더구먼”이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날 광주 국민토론회에서 인적청산을 둘러싸고 당원과 노사모 회원들간에 몸싸움이 벌어진 탓인지 당 개혁특위에 대한 불만과 갈등이 표면화됐다.
동교동계인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은 “노무현 당선자도 물 흐르듯 하라고 했는데, 당 개혁특위가 특정기류만 반영하는 것 같다”며 개혁파를 겨냥했다. 정균환(鄭均桓) 총무도 “어제 (광주에서의) 상황은 우리 당이 개혁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당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행은 안 된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개혁파들은 “(구 주류가) 시대정신을 잘 모르고 있다. 국민 요구가 뭔지 알아야 한다”는 반응이다.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토론자 선정은 균형을 맞추고 있으며 대체로 토론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신·구 주류는 이날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또다시 격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를 의식한 개혁파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아 일단 충돌을 피했다. 의총에서는 개혁 성향인 신임 당직자들이 인사말을 했으나 박수 한 번 나오지 않는 등 냉랭한 분위기였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노무현 당선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올라있는 살생부 내용 | ||
등급 | 의원 수 | 민주당 의원(가나다 순) |
특1등 공신 | 19명 | 김경재 김영진 김원기 신계륜 신기남 이상수 이재정 이해찬 이호웅 임종석 임채정 정대철 정동영 정세균 조순형 천용택 천정배 추미애 허운나 |
1등 공신 | 10명 | 김덕규 김희선 문희상 송영길 이강래 이낙연 정동채 이미경 이종걸 함승희 |
2등 공신 | 16명 | 강봉균 김상현 김운용 김태홍 김택기 김효석 문석호 박인상 설 훈 유재건 이만섭 이정일 전갑길 정장선 조배숙 최용규 |
3등 공신 | 17명 | 고진부 김기재 김성순 김영환 김화중 남궁석 박병석 배기선 심재권 이창복 장영달 장재식 장태완 정범구 정철기 조한천 홍재형 |
역적 | 21명 | 강운태 김경천 김방림 김충조 김태식 박병윤 박상희 박주선 설송웅 송석찬 송훈석 유용태 윤철상 이용삼 이윤수 이 협 이훈평 조성준 조재환 최명헌 최영희 |
역적 중의 역적 | 3명 | 박상천 박양수 정균환 |
판단유보 및 기타 | 8명 | 김근태 김성호 김옥두 김홍일 배기운 이원성 최재승 한화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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