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 행보 관심

  • 입력 2003년 1월 17일 16시 10분


'4000억원 대북(對北) 지원 의혹'이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대북 사업 명목으로 북한에 들어간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 지원 의혹과 관련해 노무현(盧武鉉)대통령 당선자가 17일 엄정수사를 촉구하면서 정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개성공단 착공 등 현대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대북사업에 전념하겠다는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대상선 대출금 대북 지원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측에 따르면 14일 방북한 정회장은 17일 현재 평양에 머물고 있다. 당초 이날 오전 금강산으로 이동하려던 계획은 현지 기상악화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평양에선 김용순(金容淳)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금강산 육로관광의 핵심 쟁점인 민간인의 군사분계선(MDL)통과 문제에 대해 북측의 전향적인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회장은 또 김위원장과 함께 현대아산이 평양 인근에 짓고 있는 평양실내체육관 현장을 둘러봤다.

정회장이 4개월여의 잠행 끝에 전격 귀국하자 마자 방북함에 따라 그가 북한 핵문제와 관련, 정부의 비공식 대화창구로서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 있었으나 현대아산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정회장이 평양에서 김용순 위원장 외에 다른 고위급 인사를 만났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회장은 방북 전 기자들에게 "현대상선이 자체 유동성 문제로 4000억원을 빌려 지금은 다 갚았다"며 대북 지원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물증을 전혀 제시하지 않아 4000억원 대북 뒷거래 의혹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상선 관계자조차 "(대북 지원 의혹을) 빨리 털어버리는 게 좋지만 회사(현대상선) 의지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며 정회장 등 그룹 고위층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회장은 당초 '4,5일 일정으로 평양에 간다'고 했으나 "귀환날짜는 명시하지 않았다"고 현대아산측은 밝혔다. 일정대로라면 주말경 현대아산이 연락용으로 운용하는 바지선이나 21일 운항이 재개되는 설봉호편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정회장의 거취는 이때가 돼야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결정될 전망이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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