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보장합의서 체결 '감감'…北, 유엔사 개입 배제 주장

  • 입력 2003년 1월 17일 18시 58분


경의선과 동해선 임시도로 통행을 위한 남북 군 당국간의 군사보장합의서 체결 협상이 3주 이상 중단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해 12월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접촉을 끝으로 지금까지 전혀 만나지 않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17일 “협상 과정에서 이렇게 장기간 연락이 끊긴 것은 이례적”이라며 “북측의 속내를 면밀히 분석 중이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3일 수석대표 접촉 직후만 해도 북측과의 협상 타결을 자신했었다. 당시 남측수석대표인 문성묵(文聖默) 대령은 “북측과 대체적으로 합의했으며 약간의 이견이 있지만 추가 협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전체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은 북측이 3주 이상 침묵을 지키면서 빗나가고 말았다.

국방부가 얘기하는 ‘약간의 이견’이란 군사보장합의서에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 관리구역은 비무장지대(DMZ)의 일부’라는 점을 명기하는 문제.

남측과 유엔군 사령부는 해당 지역이 정전협정의 대상으로 유엔군 사령관이 이들 구역의 통행 허가권을 갖는다는 점을 북측에 명확히 인식시키기 위해 이 내용이 꼭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간 체결된 모든 남북 군사합의서에 ‘정전협정에 따른다’는 문구를 명기한 마당에 북측이 트집을 잡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북측은 2000년 11월 유엔사와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일부 구역 개방에 대한 합의서’에서 “관리구역에서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들은 남북이 협의 처리한다”고 합의한 만큼 유엔군 사령관의 통행 허가권을 별도로 명기할 필요가 없고, 남북이 알아서 하면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북측이 유엔사의 개입을 배제하고 ‘미국이 남북관계의 걸림돌’이라는 반미(反美) 감정을 확산시키기 위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핵 문제로 북-미간에 대결구도가 조성되면서 북한 내 군부 강경파들의 발언권이 커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북측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임시도로를 이용한 금강산 육로시범 관광과 개성공단 조성사업은 상당기간 뒤로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