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부실 제2금융 대주주 자격박탈

  • 입력 2003년 1월 17일 22시 20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등 제2금융권 대주주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업에 신규 진입한 뒤 재무구조가 부실해지거나 부당내부거래 등이 적발되면 대주주의 자격을 박탈하는 ‘대주주 자격유지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나 대주주의 ‘돈줄’ 역할을 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어 인수위가 장기 과제로 추진 중인 계열분리 청구제와 함께 새 정부 재벌개혁의 핵심적인 수단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17일 “지금은 주식취득을 통해 제2금융권에 진입만 하면 별도의 자격유지 요건이 없어 대주주의 부실이 금융기관 부실로 옮아가거나 고객자산이 대주주 및 계열사에 부당하게 지원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최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대주주 자격유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률검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미 설립된 금융기관을 인수합병(M&A)할 경우 진입자격 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자격유지 조건은 진입 자격보다 더 엄격히 정해 이를 어길 경우 주식 처분명령 등 대주주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은행을 제외한 보험 등 제2금융권은 신규 설립 때만 대주주 자격제한이 있을 뿐 취득 후 자격을 유지하는지 심사할 수 있는 기준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한화의 자격 논란이 일 때 정부는 대주주 자격유지 제도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상법 등 관련 법규의 개정이 필요해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재계도 이 제도의 도입에 강하게 반발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대주주에게 지분매각을 명령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이며 주식시장에서 지분매입을 통해 이뤄진 M&A에서까지 대주주를 가리겠다는 것은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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