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4000억 지원 의혹]감사원, 현대상선 고발키로

  • 입력 2003년 1월 20일 16시 00분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과정을 감사해온 감사원은 현대상선의 자료제출 비협조와 계좌추적 한계 등으로 인해 더 이상의 정확한 대출금 사용처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이르면 23일 감사위원회를 개최해 현대상선을 검찰에 고발키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20일 "현대상선은 지난해 11월 이후 3차례나 감사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연기를 요청한 데 이어 이달 17일 또 다시 제출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해 왔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감사를 종결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또 "지난해 10월 14일부터 지금까지의 감사 결과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대출된 4000억원(수표 65장) 가운데 1760억원(수표 39장)은 현대상선의 운용자금 등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나 나머지 2240억원(수표 26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240억원은 수표 이서내용이 중간에 끊기거나 확인을 할 수 없는 이름이 적혀 있는 등 통상적인 절차로는 수표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포괄적인 계좌추적에 의해서만 추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상선측은 감사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부채상환을 위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을 이유로 이달 말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지난 17일 감사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20일 "최근 ABS 발행을 통해 2500억원을 마련한 데 이어 현재 포스코와의 철광석 장기운반 계약을 담보로 한 750억원 규모의 ABS 발행을 추진중이라 자료 제출이 곤란한 상황"이라면서 "이달말경 이 건이 완료되면 '4000억원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 등의 조사에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발행 때문에 자료제출을 못하겠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어 현대상선에 진실 규명의 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에는 '자동차 운반선 매각작업 때문에 자료제출을 못하겠다'며 자료제출을 미룬 적이 있다.

한편 4개월여의 미국 잠행 끝에 귀국해 이틀만에 대북 사업 명목으로 북한으로 떠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은 21일 낮 금강산 관광선 설봉호 편으로 속초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현대아산측은 밝혔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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