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첫 인연은 98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노 당선자가 고 전 총리를 근소한 차로 앞섰으나 청와대는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노 당선자에게 양보를 요구했고, 노 당선자는 흔쾌히 수용했다. 고 전 총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뒤 노 당선자를 찾아가 저녁을 함께하면서 ‘감사 인사’를 드렸다. 최근 고 전 총리는 “신세를 톡톡히 졌었다”는 말을 했다고 민주당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전했다.
두 사람은 또 엎어지면 코가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다. 노 당선자의 서울 명륜동 빌라와 고 전 총리의 혜화동 집은 직선거리로 1㎞가 채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울시장 선거 이후 고 전 총리가 20년간 매일 아침 다니는 ‘동네 대중목욕탕’에서도 몇 차례 만났다. 30대에 도지사가 된 이후 공직자로 승승장구해 온 고 전 총리가 허름한 동네 목욕탕을 즐겨 찾는 것을 노 당선자가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노 당선자는 이후 99년 해양수산부 장관이 된 뒤 고 전 총리와 국무회의에서 간간이 마주쳤다.
그러나 고 전 총리에 대한 노 당선자의 신뢰는 한때 흔들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말 단일화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던 노 당선자가 민주당 김원기(金元基) 고문을 특사로 보내 ‘지지 선언’을 요청했지만, 고 전 총리가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 일이 ‘고건 총리’ 카드를 확정짓는 데 시간이 걸리게 만든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분석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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