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에 맞추고 보자〓노 당선자가 12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정부는 예산 타령만 하지 말고 정책을 쏟아내야 한다”고 공무원을 질책한 이후 부처 정책이 노 당선자의 공약을 그대로 쫓아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노 당선자가 활발한 토론을 전제로 갖가지 정책과 아이디어를 내놓을 것을 주문했으나 정작 부처에서는 “이의 제기를 해서 문제가 되면 우리만 손해”라며 “예산에 신경 쓸 필요없이 우선 당선자 공약에 맞추고 보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상속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에 대해 회의적이던 입장을 바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이나 종합토지세 과표 현실화를 통해 부동산 보유 세금을 높이고 취득세와 등록세 등 거래세금은 낮추기로 한 정책도 노 당선자의 공약을 따라 간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저소득층과 장애인에게만 적용하던 만 5세 아동에 대한 보육비를 중산층을 포함한 전 국민으로 대상을 넓히고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 320만명을 추가로 편입해 의료비와 교육비 혜택을 주기로 한 정책도 예산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또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을 7200명에서 2배나 늘어난 1만5000명으로 늘리는 문제도 결국 예산이 뒤따라야 한다. 건설교통부는 당초 2007년까지 44만 가구를 짓기로 한 임대주택 정책을 공약에 맞춰 50만 가구로 늘렸다.
▽복지 정책에 예산대책이 없다〓국민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전 국민의 10% 수준까지 늘리고 만 5세 이하 영유아의 보육을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노 당선자의 사회복지분야 공약을 실현하려면 1년에 24조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추산하고 있다. 올해의 복지예산 8조7000억원을 감안하면 당선자 공약대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3배가량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복지부가 보고한 △시간제 육아휴직제와 △장애인 수당지급 △경로연금 인상과 대상폭 확대 등도 추가예산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정책들이다.
그러나 복지부 문경태(文敬太) 사회복지실장은 “97년 현 정부 출범 당시 2조7000억원이던 복지 예산이 올해 8조7000억원으로 늘었고 공약 내용을 연도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전체 예산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해 투자우선 순위를 정하면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고민이 필요하다〓노 당선자는 22일 토론에서 “내 공약을 놓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에 대해 활발히 토론을 하자는 것인데 공약을 그대로 정책으로 옮겨 놓으면 어떡하느냐”고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경제 부처 한 국장은 “결국 공약에 맞춰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인수위와 마찰 빚기를 좋아하는 관료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검토 단계에서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실현 가능성과 예산 문제인데도 정작 부처들이 그런 고민은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예산확보 없이 대선 공약으로 맞춘 정부정책 | ||
정책 | 인수위 보고 | 기존 정부 정책 |
만5세 아동의보육비 지원확대 | 중산층을 포함한 전 국민 상대로 지원 | 저소득층, 장애인 자녀에게만 제한적 시행중 |
기초생활보장320만명 추가적용 | 4인기준 월소득 100만∼120만원 가족에게 의료 교육비 혜택 | 2003년 업무계획에 포함안됨 |
노인 간병목욕서비스 | 몸져누운 와상(臥床)노인에게 목욕 간병서비스 실시 | 없음 |
장애인월16만원 지급 | 1,2급 중증장애인이어서 필요한 비용 보전위해 월 16만원 지급 | 없음 |
시간제육아휴직제 | 출산 후 3년내 2년까지 반나절 근무하며 육아하는 제도 마련 | 일부에서 실험적 고려 |
부동산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 | 부동산 과표 현실화로 보유세 높이고, 취득세 등록세 인하 | 취득세 등록세 인하는 기본원칙에 위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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