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검찰총장 청문회 세우겠다” 발언 파장

  • 입력 2003년 1월 23일 19시 00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22일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정해주는 대로 하겠다”고 한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야가 합의해 현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을 국회 인사청문회에 세우라고 요구하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노 당선자가 검찰총장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의 이른바 ‘빅4’가 새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법으로 2년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임기 도중이므로 교체하지 않는 한 청문회를 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 노 당선자측 내부에서도 검찰총장 교체 문제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한 측근인사는 “노 당선자는 무엇보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기 때문에 임기가 보장돼 있는 검찰총장을 교체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청문회 부분은 노 당선자가 이미 밝힌 대로 국회의 뜻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의 한 핵심관계자는 “검찰총장이 먼저 사퇴의사를 밝히고 노 당선자가 재신임을 하든, 새 총장을 임명하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검찰총장이 알아서 처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당선자의 이 발언은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던 ‘총장 교체설’에 다시 불을 댕기고 있다. 일부 소장 검사들은 “현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정치권 일각의 교체론에 동조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다고 임기가 보장된 총장을 바꾼다면 또다시 정치검찰이 되어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검사들도 적지 않다. 대검의 한 검사는 “(총장 재신임 논란이)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장례절차를 논의하는 식으로 전개돼서는 곤란하다”며 정치권의 자제를 촉구했다.

검찰 수뇌부는 노 당선자의 발언이 보도된 23일 직접적인 언급을 극도로 꺼리면서 “뭔가 와전된 것 아니냐”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이미 임명된 임기제 공직자를 소급해 청문회에 세우는 것은 법논리상으로도 맞지 않다”며 불쾌해 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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