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지구당위원장 기득권 버려라”…민주당 긴장

  • 입력 2003년 1월 24일 19시 35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23일 민주당 연찬회에서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을 버려라” “내년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반(半)통령이니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총선 물갈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정치권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 당선자는 실제 “공천권을 당원에게 돌려준다고 해서 현역 의원들이 공천도 못 받겠느냐. 그럴 리가 없다”면서도 “만약 그렇게 걱정하시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것이다”는 뼈있는 말도 했다.

당 개혁특위위원장인 신주류의 좌장 김원기(金元基) 의원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정치 신인을 적극 영입할 뜻을 밝혀 현역 의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노 당선자의 발언이 나오자 당내 중진의원들의 입에서는 “좋은 시절 다 갔네”라는 냉소적 반응도 나왔다. 반면 일부 개혁파 의원들은 지구당위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없애야 한다는 노 당선자의 주문을 계기로 지구당위원장이 마음대로 선정하는 대의원제도를 폐지하고 당원과 주민이 참여해 공직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을 이번에 관철시키겠다는 결의에 찬 자세다.

문제는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향식 공천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돈선거가 우려되는 등 잡음만 일으킬 수 있다는 점. 이 때문에 지역 사정에 따라 공천 방법을 융통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한편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노 당선자의 관심이 온통 내년 총선에 가 있는 것 같다”며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2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 당선자가 우리 당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상생(相生)의 정치를 기대했는데 노 당선자는 내년 총선에 관한 발언만 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대선거구제 문제가 정치권의 몫이라는 데 동의하고도 다시 거론한 것은 진의(眞意)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고 말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도 “여야 지도자와 만나 상생의 정치를 주장하는 한편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으로 볼 때 야당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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