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진보성향의원들 “재검표로 국민에 두번 외면당해”

  • 입력 2003년 1월 28일 19시 00분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2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선 재검표 결과와 관련해 “다시 한번 겸허하게 대선 결과에 승복한다. 일부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는 전날 전국 80개 개표구에서 실시된 대선 재검표 결과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득표수 오차가 미미했고, 전자개표기에 대해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서 대표는 또 “당선무효소송 취하 등 후속조치를 취하겠다. 노 당선자의 신정부 출범에 협조할 것은 최대한 협조하고 야당으로서 국정의 동반자 역할을 해나가겠다”며 적극적인 사태 수습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지도부의 뜻과 달리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재검표 추진 단계부터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데다 인책론까지 본격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성향 의원 모임인 ‘국민속으로’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당을 다시 한번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도록 한 이번 일의 책임자는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며 지도부 책임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공황 상태에 빠진 일부 당원들의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된 전자개표 조작설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재검표를 통해 전자개표기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한나라당은 앞으로 있을 각종 선거에서 전자개표기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도록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안상수(安商守) 부정선거진상조사위원장은 “선진국에서도 전자개표만 하는 곳은 없다. 재·보궐 선거와 총선, 대선에선 전자개표기를 보조용구로만 쓰고 반드시 수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도 “불과 3표차로 당락이 갈렸던 지난 총선의 경우를 감안할 때 전자개표는 철저한 수작업 재검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중앙선관위의 전자투표 도입 방안에 대해서도 “인터넷 대란이 벌어지는 등 정보 보안이 부실한 현 상황에서 전자투표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유권자의 불신을 어떻게 감내하겠느냐”고 일축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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