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상회담 거래의혹’ 덮을 수 없다

  • 입력 2003년 1월 30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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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어제 “현대상선의 일부 자금이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사용된 것이라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북한에 2235억원을 몰래 송금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자마자 대통령이 더 이상 문제삼지 말자고 나선 것은 설득력이 없다. 국민은 뭉칫돈이 북한에 흘러갔다는 사실에 그냥 놀라고 있기만 하라는 것인가.

김 대통령은 거액송금을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으나 현재 불거진 의혹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송금사실을 폭로한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대북송금은 청와대 국정원 등 정부 당국과 현대측의 공조 아래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송금에 개입할 당시 원장이던 임동원씨는 현재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로 남북대화를 실무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게다가 현대상선은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1주일 앞두고 북한에 돈을 보내 ‘정상회담 거래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지 않는가.

이런 어마어마한 의혹을 ‘통치권자의 행위’로 치부하고 덮을 수는 없다. 설사 통치행위를 인정한다 해도 비밀리에 북한에 거액을 지원한 것이 통치권의 범주에 든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독선이다. 통치행위 여부에 대한 최종판단은 사법부의 몫이지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결정할 일도 아니다.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2주 전 통치행위를 거론하며 “현 정부가 대북지원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을 상기하면 현 정부와 차기정부가 시나리오를 짜놓고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김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당초의 수사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검찰의 행보도 수상하다. 검찰이 수사를 포기할 경우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국정조사를 할 수도 있고 특검제를 동원할 수도 있다. 현 정부가 최대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남북간의 대화와 사업이 ‘음습한 거래’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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