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처 미스터리▼
▽7대 사업에 거의 지원되지 않았다〓대표적으로 거론된 개성공단은 아직 착공도 안된 상태. 건설교통부조차 “개성공단 사업은 2000년 1차 지질조사만 마쳤는데 토지기반사업, 공단시설 건설, 공단 조차비로 자금을 사용했다는 발표는 말이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현대그룹이 개성공단 개발 합의 사실을 발표한 것은 2000년 8월10일.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8월9일 원산에서 만나 이런 내용에 합의했다. 따라서 북한과 합의하기도 전인 6월에 개성공단 건설을 위해 자금을 빌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대가 금강산관광사업을 시작한 98년 11월18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투자한 돈은 △시설투자 1억4300만달러 △관광대가 3억8870만달러 등 모두 5억3170만달러. 관광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은 모두 현대아산이 자본금으로 충당했다. 현대아산은 현재 자본잠식 상태이다.
2000년 6월29일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이 김 국방위원장과 합의한 금강산관광사업 확대 방안은 △해외동포를 포함한 외국인의 제한 없는 관광, 장전항에 해상호텔 설치 운영, 금강산호텔 임대 운영, 쾌속수송선 운영 △장전항에 3만5000평 규모의 종합편의시설 설치 및 통천지역 골프장 스키장 건설 등. 그러나 대부분 착공조차 되지 않았다.
남북철도 및 도로 연결도 현대아산이 2002년 10월부터 정부 용역을 수행하고 있어 2000년의 산업은행 대출금과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 영농사업은 관광객을 위한 채소 재배여서 거액이 들어갈 사업이 아니다.
현대그룹의 대북 경협사업과 추진 실적 (자료:현대아산) | ||
주요 사업 | 사업 내용 | 추진 실적 |
금강산사업 | 장전항에 해상호텔 설치 운영, 쾌속수송선 운영, 종합편의시설 설치 및 골프장 스키장 건설, 통천에 3만평 규모 경공업단지 건설, 금강산지역 첨단 연구개발단지 조성 | -장전항 해상호텔은 현대상선이 1000만달러에 매입 후 현대아산에 매각-쾌속수송선은 1일 용선료 9800달러로 2000년 12월 운영 시작해 1년 만에 중지-나머지 사업은 구상 단계에 불과-금강산관광사업 관련 적자는 현대아산이 손실 처리하여 현재 자본잠식 상태 |
개성공단 조성 | 2000년 6월29일 방북한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서해안에 대규모 공단을 건설키로 하고 해주 남포 신의주 외에 개성을 추가 | -개성공단 개발에 실제 합의한 것은 2000년 8월10일-2002년 11월27일 개성공업지구법 발표-현재까지 착공도 이뤄지지 않음 |
평양체육관 건립 | 평양 현대아산 종합체육관 건설 사업 | -99년에 이미 착공, 2003년 완공 예정 |
운송사업 | 2000년 10월부터 속초항∼북한 고성항을 정기 운항하는 ‘설봉호’를 이용한 운송 서비스 | -현대상선이 관광객 모객(募客)사업 적자를 반기마다 수백억원씩 손실 처리해 옴 |
남북철도연결도로건설 | 2002년 9월18일 남북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 | -현대아산이 2002년 10월부터 정부 용역 수행 |
▼사업약정합의서 의문점▼
▽“사업약정 합의서는 있다”=감사원은 산업은행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대와 북한측이 맺은 경제협력 관련 사업약정 합의서의 존재를 언급했다. 손승태(孫承泰)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현대상선은 (2235억원을) 대북경협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근거로 합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손 차장은 “내용은 봤지만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 상당부분은 아직 국가기밀사항과 관련이 있을 수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남북 경협사업을 승인하는 통일부도 합의서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는 분위기다. 다만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협력사업자가 협력사업의 승인을 신청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합의서를 통일부에 제출하므로 현재 추진 중인 모든 협력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사업지원 의문점▼
▽사업주체는 현대아산, 자금지원은 현대상선?〓현대그룹 대북사업의 주체는 현대아산이다.
현대아산의 자본금은 4500억원이며 현대상선이 1800억원(지분 40%), 다른 현대계열사들이 나머지를 출자했다. 따라서 대북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북한에 보내려면 현대아산이 자본금을 이용해야지 현대상선이 보내는 것은 비정상적인 방법이다.
또 개성공단 지원은 정상적인 투자행위로 볼 수 있는데 이를 감추어온 점도 의문이다. 정상적인 사업자금으로 보냈다면 국가정보원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 국정원이 송금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자금이 비정상적인 곳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외국언론 반응▼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2억달러에 가까운 거액이 평양에 건네졌다는 감사원의 발표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자세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자금스캔들이 깊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대북송금이 ‘사법판단 대상으로 부적절하다’는 김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송금이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이뤄진 데 대해 한나라당과 보수적인 여론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LA타임스도 같은 날 평양에 거액이 건네졌다는 주장은 앞으로 남북관계의 시곗바늘을 되돌릴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북한 정상회담 뇌물수수 주장 설득력’이란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정상회담 매수 스캔들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 대통령의 업적을 훼손하고 남북관계도 후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돈이 정상회담을 사는 데 사용됐다면 ‘북한이 평화의 대가로 원조를 달라며 이웃나라들을 위협한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한국 정부의 자금이 평양에 비밀리에 건네진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북한이 돈에 매수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응했다는 주장들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 대통령이 주도한 대북 햇볕정책의 중요한 성과물이었고,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부분적으로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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