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대북 비밀송금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 지원의 핵심 당사자인 정 회장 등의 출금을 해제해주고 의혹의 반대편 당사자인 북한에 직접 건너갈 수 있게 해준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 등이 북한에 건너가 2235억원 비밀 지원과 관련해 ‘말 맞추기’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도피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증거 인멸 등의 우려는 있다는 점에서 수사관행상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게다가 당초 이 사실을 폭로해 참고인 자격의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넘게 출금 상태에 있는 박상배(朴相培) 산업은행 부총재, 이강우 전 산은 현대팀장 등의 출금은 유지하면서 ‘피의자’라고 할 수 있는 정 회장 등만 풀어준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이 사건과 관련돼 출금 또는 입국시 통보 조치된 사람은 전현직 산은 관계자와 현대상선 관계자 각 8명, 기타 1명 등 17명이다. 박 부총재와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 등 3명은 수사 착수 직후 출금됐고 정 회장 등 나머지 13명은 지난달 23, 24일 한꺼번에 출금됐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 유보를 결정한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대북 사업을 무슨 근거로 막을 수 있겠느냐”며 “참고인 성격의 다른 관련자들도 출금 해제 요청을 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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