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실장 노벨상 로비했다"

  • 입력 2003년 2월 5일 06시 43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2000년 말 당시 고위직(장관급)을 지낸 한 인사는 4일 기자와 만나 “청와대 김모 실장이 노르웨이를 여러 차례 왔다갔다하며, (노벨상 수상을 위해) 뛰어다닌다는 (내부)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김 실장은 특히 스웨덴 교포 의사 H씨와 함께 그런 활동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며 “노벨상은 ‘로비’로 받을 수 없는 상인데도 당시 김 실장이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자 정부 고위간부들 사이에서는 ‘위험한 행동’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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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사는 또 “당시 김 실장의 활동에 협조했던 노르웨이 주재 P대사는 본부로부터 ‘외교관이 그런 일에 깊게 관여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 실장이 2000년 초 ‘노벨상을 위해서는 동티모르에 의사당을 세워주는 등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외교통상부에 요청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의 발언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노벨평화상 비밀 프로젝트’ 의혹을 폭로한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김기삼씨의 주장을 상당 부분 뒷받침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10일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청와대 김 실장이 노벨상 수상 이전에 노르웨이를 수 차례 방문해 로비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김 실장은 당시 “여권 사본을 제출하라”는 엄 의원의 요구를 거부했고, 출입국관리사무소도 김 실장의 출입국 기록을 공개하라는 엄 의원의 요청에 대해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것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김 실장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다. 공직자로서 노르웨이에는 김 대통령의 노벨상 시상식과 그 직전의 라프토인권상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두 차례밖에 간 적이 없다”며 “그 외 개인여행에 대해선 대답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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