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北송금 해명 거부…“反국가단체인 北상대는 초법적인 일”

  • 입력 2003년 2월 5일 18시 19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현대상선의 2235억원 대북 송금 문제에 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과 여야 정치권의 직접 해명 요구를 정면 거부하고 나서 이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기류가 확산될 전망이다.

김 대통령은 5일 오후 통일외교안보 분야 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평화를 위해서나 미래를 위해, 또 현실적으로 반국가단체와 접촉하는 일이라는 점을 감안해 모든 것을 전부 공개하는 것은 국익에도,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동서독의 예에서 보듯이 공산권과의 거래에 있어서는 공개하지 못할 일이 많다. 지금 우리는 법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 공개하지 못할 일도 많고, 초법적으로 처리할 일도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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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은 또 “남한의 기업이 이미 확보한 권리를 위해서나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상대하는 초법적인 범위의 일이라는 것을 감안해 우리의 법을 갖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해 ‘사법처리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에 앞서 노 당선자측의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내정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나 관련 당사자들이 국민과 야당에 대해 진상을 밝히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다른 사람은 심부름꾼이니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국익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하면 국민정서상 훨씬 낫지 않겠느냐”며 김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내정자는 “청와대가 야당과 만나 ‘미안하다’든가 얘기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지당한 일을 했으니 이해하시오’하는 입장인 것 같다. 열과 성을 갖고 한나라당의 애국심에 호소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아쉽다”며 청와대의 미온적인 대처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도 “대통령의 직접 해명은 일종의 ‘정치적 해결’이다. 여야 합의에 따른 끝내기 수순이라면 못할 것도 없다”며 “그렇게 해서 여야 합의로 진상을 규명하고 일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고 말했다.이어 문 내정자는 “박모(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 임모씨(임동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가 국회에 나가 설명할 수 있는 문제”라며 “그것만 잘 되면 굳이 특검까지 안 가도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청와대에서 판단할 일이지만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전후 사정을 밝히는 것도 문제 해결의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의 사과와 별도로 특검은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진상을 밝히고 국민을 속인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그러나 명백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특검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도 “대통령의 해명과 특검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대통령이 해명해도 특검은 반드시 해야 한다”며 “우리 당은 이미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달 안에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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