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당시 계좌추적권이 없어 자료의 신빙성을 단시간 내 확인하기가 어렵고 어차피 검찰에서 조사할 것으로 판단, 자료검토만으로 감사를 종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5일 “감사원은 현대상선측이 2235억원을 대북경협 관련사업에 썼다고 자료로 밝혔고, 기본협약서와 세부협약서를 첨부한 것만을 근거로 2235억원이 대북사업에 사용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감사원 감사는 기본적으로 산업은행 대출이 규정대로 이뤄졌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으며 현대상선이 어디에 그 돈을 썼는지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또 현대상선은 북측과의 경제협력사업을 법적으로 보장할 아무런 협약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2000년 6월 북측에 2235억원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상선이 대북사업 사용근거로 제출한 협약서에 따르면 대북경협사업과 관련한 기본협약서 1부와 세부협약서 7부 가운데 체결날짜가 가장 빠른 것이 송금일과 남북정상회담일로부터 2개월쯤 뒤인 2000년 8월 21일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감사원은 현대상선이 계약을 체결하기 두 달이나 앞서 2235억원을 북한에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관계자들을 불러 경위를 따져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2235억원의 수표 26장에 이서된 6명의 필체가 신원확인이 되지 않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필체로 판단됐는데도 감사원은 경찰에 이서자의 신원확인을 의뢰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산업은행이 2000년 6월 7일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대출해준 경위와 관련, 박상배(朴相培·당시 영업1본부장) 산업은행 부총재는 감사원 조사에서 “김충식(金忠植) 당시 현대상선 사장이 찾아와서 빌려달라고 했고 이근영(李瑾榮·현 금융감독위원장) 당시 산은 총재와 협의한 결과 빌려주는 게 좋겠다고 해서 대출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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