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위증 고발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가장 큰 쟁점이 된 것은 박 실장이 작년 10월 운영위의 청와대 비서실 국정감사에서 “단돈 1달러도 북한에 지불해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한 게 위증이냐 아니냐였다.
양당 의원들의 시각차는 뚜렷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2235억원이 북한에 비밀송금된 사실을 박 실장이 알고도 거짓말을 한 만큼 당연히 위증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돈이 북한에 갔다는 사실만 입증됐을 뿐 2235억원이 정상회담의 대가였는지, 또 정부가 개입했는지 등은 규명되지 않은 만큼 위증 처벌은 이르다고 맞섰다.
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 수석부총무는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박 실장은 엄청난 거짓말을 했다. 허위 진술로 국회는 물론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박 실장을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고발하자”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 당 이주영(李柱榮) 의원도 “여당이 명백한 위증을 감싸고돌면 정치개혁을 할 필요가 없고, 국회는 바로 문 닫는 게 낫다. 박 실장에 대한 고발을 미루면 의원들이 형법상 직무유기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현재 확인된 건 2억달러가 평양으로 갔다는 사실뿐이다. 그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박 실장을 위증죄로 고발하면 국회의 품위가 손상된다”며 “사실에 근거해 위증으로 분명히 규명됐을 때 고발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시민단체 "朴실장 고발하라" 국회에 청원▼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지원과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을 검찰에 고발토록 국회에 청원했다고 5일 밝혔다.
시민회의는 “박 실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북한에 단 1달러도 준 적이 없다’고 말했으나 최근 감사원의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 결과와 김 대통령의 입장 표명 등에 따라 이 증언은 명백히 거짓이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민회의는 “이처럼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할 경우 국회는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들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며 “이에 박 실장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국회에 청원했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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