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로비 의혹 청와대실장 "생트집" 반발

  • 입력 2003년 2월 5일 19시 08분


‘노벨평화상 비밀 프로젝트’ 의혹을 폭로한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김기삼씨(40)가 이 프로젝트의 주역으로 지목한 청와대 김모 실장은 4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부 잘해서 큰 상을 받았는데, 뒤늦게 ‘너 커닝한 것 아니냐’고 트집 잡는 격”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로비’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하고 비정상적인 방법’이란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 양심과 공직자의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전제한) 이런 분위기에서 실체적 진실을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에는 ‘노벨상을 위한 건전하고 정상적인 홍보 활동도 모두 비밀스럽고 부정한 로비로 받아들여지는 최근 분위기’에 대한 자조적 한탄을 담고 있다.

그는 5일에는 전직 장관급 인사의 말을 인용해 노벨상 수상을 위한 자신의 로비활동에 대해 보도한 본보의 5일자(A1·5면)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작 ‘노르웨이 수 차례 방문’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여권 사본 같은 구체적인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의 항변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로비 덕분에 가능했다는 말이냐”는 논리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그의 반론은 이번 의혹 사건의 성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김 대통령이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데, 로비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벨상 수상을 위한 정상적인 홍보나 지원 활동은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그런 활동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을 경우 문제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한 전직 중견외교관은 “‘대통령의 이익’과 ‘국익’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며 “김 대통령의 측근들이 만에 하나 ‘국익’보다 ‘노벨상 수상’에 더 우선 순위를 두고 집행한 공무나 정책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국민적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민 최초의 노벨상 수상을 위한 활동 자체가 바로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로비 의혹’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 뒤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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