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방미단 부시면담 불발-2235억 뒷거래 ‘냉가슴’

  • 입력 2003년 2월 5일 19시 08분


미국을 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 고위 대표단이 미국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과 한국의 ‘2235억원 대북 비밀송금 의혹’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컬럼비아호 사건’의 여파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발된 데다, ‘대북 비밀송금 의혹’에 대한 미국 내 보수파의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방미단장인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을 수행 중인 민영삼(閔泳三) 부대변인은 5일 기자와의 국제전화에서 “컬럼비아호 폭발이 미국민에게 준 충격과 슬픔의 정도는 70년대 대통령 부인 육영수(陸英修) 여사의 피격 때 한국민이 느꼈던 감정에 버금가는 것 같다”고 미국의 분위기를 전했다.

방미단은 당초 4일(현지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면담 직후 부시 대통령과 상견례를 할 계획이었으나,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주 휴스턴의 존슨 우주센터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하는 바람에 그를 만나지 못했다고 민 부대변인이 전했다.

방미단은 출국 전에 예정에 없던 노 당선자의 ‘친서’까지 긴급하게 준비하는 등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에 대비해 많은 정성을 쏟았다.

방미단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일부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성의만 있으면 면담 불발에 대한 유감 메시지라도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지만, ‘국상(國喪)’을 당한 국가원수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한편 ‘대북 비밀송금 의혹’에 대해선 라이스 보좌관이나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행정부 인사들은 일절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보수파 학자 등 공화당 성향의 싱크탱크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미단의 다른 관계자는 “이들 싱크탱크가 사석에서 ‘투명하지 않은 테이블 밑 협상이나 거래는 한미관계에까지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더라”고 전했다. 일부 온건파 학자들조차도 “이번 사건이 햇볕정책에 큰 오점이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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