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핵 야욕으로 야기된 긴장이 격화되고 있는 이때 남북한의 경계는 지구상에서 가장 긴박감이 고조돼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그 경계에서 제일 먼저 마주치는 것은 관광버스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7일자는 ‘서울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평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드러났듯 세대교체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르몽드 기사 요약.
북한핵 문제로 긴장이 격화되는 가운데도 비무장지대에서는 특별한 경직이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 주인은 “핵무기는 우리와 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놀라운 침착성이라고 봐야 할까, 인식의 결여인가? 한국인은 거의 불안해하지 않는다.
많은 한국인은 현재의 위기가 평양과 워싱턴의 대치 때문인데 한국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을 우려한다. 한 택시운전사는 “우리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끼어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에서는 “북한이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면 잘된 일이다. 통일이 되면 우리 것이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순진성을 넘어 기이한 침착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50년 전부터 휴전상태에 살아온 한국인이 면역이 된 것은 물론 세대교체에 의한 사고방식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의 위기를 염려하는 이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다.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정치적 비중을 드러낸 젊은 세대는 더 이상 북한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쉽게 분단의 현실을 받아들인다. 평양 체제의 협박보다는 그들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독일 통일의 전례로 경제적 천재지변을 걱정하는 한국인에게 실체적인 위협은 북한이 와해되는 것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BBC 평양 르포]"北, 연일 사이렌"▼
지난해 10월 핵개발 의혹이 불거진 뒤 한반도 주변엔 북한과 미국 등이 첨예하게 맞서는 대결국면이 조성됐다. 영국 BBC방송은 7일 북핵 사태 이후 서방언론 중 처음으로 평양 르포 를 전하면서 “북한이 전쟁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방송 마이크 톰슨 기자의 평양 르포 내용.
북한은 신경이 곤두서 있다. 아침저녁으로 공습 사이렌이 울리고, 지붕 위 확성기는 행동요령을 지시하는 고성을 토해낸다.
평양에 현재 폭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내엔 ‘전쟁은 시간문제’라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적들이 여기에 없다 해서 그들에 대한 적개심과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포스터들이 시내의 게시판을 뒤덮었다. 게시판 속의 북한 전사들은 부릅뜬 눈으로 ‘적을 섬멸하는 신성한 전투’에 나설 것을 부르짖고 있다. 적이 누구인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 달러화가 첫 희생양이 됐다. 지난해 말 달러화는 유로화에 경화(硬貨)의 지위를 물려줬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훨씬 미묘한 문제다. 평양은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을 경계하며 지켜봐 왔다. 미국은 항공모함과 폭격기를 증파하며 이라크로 빠진 전력을 채우는 것이라 했지만 북한은 믿지 않는다.
북한 외무성에서는 거친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병갑 외무성 부국장은 “미국이 경계선을 밟고 들어오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대응조치냐’는 질문에 “선제공격은 미국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미국과 전 세계는 이 발언이 허풍이기를 바랄 것이다. 세계 최강국에 대한 선제공격은 결국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물론 합리적인 행태는 아닐 테지만 북한이 결코 합리적인 정권도 아니다. 북한과의 대치는 매우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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