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대 현안인 대북 비밀송금 문제에 대해 한 대표는 “진실을 밝히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으나 남북교류협력의 지속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나라당에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특검제보다는 국회 차원에서 관련 당사자의 비공개 증언 등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되 대북관계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적정한 수준’에서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매듭짓고 넘어가야 한다는 여권의 기류를 대변한 것이다.
나아가 한 대표는 이 문제가 새 정권에 부담을 주면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설득했다. 그는 연설에서 “현대상선의 대북지원금을 둘러싼 싸움을 중단하라.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새 정권을 괴롭힐 일도 아니다”는 모교수의 칼럼을 인용해가며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폈다. 또 그가 국회 차원의 ‘대북정책 협의기구’ 설치를 제안한 것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밀실주의’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한나라당의 이해를 구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한 대표의 현상 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반응이어서 이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의 갈등과 대치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이날 한 대표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그는 “국내 경제에도 심상치 않은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우려한 뒤 “정부의 진단이 다소 안이하다는 지적도 있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나아가 그는 “경제개혁의 목표를 자율성 투명성 공정성 확보에 두는 것은 옳지만 장기적 점진적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경제정책은 시장 예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최근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집단소송제,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등 3대 재벌개혁 과제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며 ‘정면돌파’ 방침을 밝힌 것과 다소 방향이 다른 것이어서 새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한 당 일각의 ‘우려’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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