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선택 피하자" 총압박…親盧 중진들 ‘DJ 해명’ 촉구

  • 입력 2003년 2월 10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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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과 민주당 친노 중진들이 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해법과 관련, 10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결자해지(結者解之)를 강도높게 촉구하고 나선 데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끌 경우 고스란히 새 정부의 부담이 될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여기다 김 대통령 측근의 ‘비공개 증언’만으로는 야당이나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실제 노 당선자의 취임일이 불과 15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인 데도 이 문제의 정치적 타결 가능성은 무망한 상황이다.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내정자가 이날 “김 대통령이 ‘이번 주내’로 직접 나서 풀어야 한다”며 시한까지 못박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시간을 끌수록 한나라당의 특검제법안 관철의지만 강화될 것이 분명한 만큼 그때 가서 뒤늦게 김 대통령이 해명에 나서도 결국 물꼬를 돌리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노 당선자측 일각에선 심지어 민감한 ‘사법처리’ 문제까지 거론하며 청와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원기(金元基) 고문이 나중에 “원론적 얘기”라고 해명하기는 했지만, 이날 방송에 출연해 ‘사법처리’ 문제를 언급한 것도 그런 불행한 상황이 오기 전에 청와대의 진솔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 메시지로서의 의미도 적지 않다.

노 당선자측은 내심 김 대통령이 직접 ‘진솔한 고백’을 하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여론이 반전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김 대통령이 정치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대북송금의 진실을 숨김없이 밝히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그래도 안될 경우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하는 감동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여론악화의 이유가 대북 비밀송금 자체 못지않게 청와대가 처음부터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데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이와 관련해 노 당선자측은 여러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며 여론 추이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촉구한 김상현(金相賢) 고문은 심지어 “내가 아는 김 대통령은 조만간 입을 열 것이다. 그게 최악의 선택을 피하는 길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노 당선자측도 김 대통령의 해명으로 이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될 것까지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김 대통령의 직접 해명 이후 검찰수사나 특검, 국정조사 문제 등을 정치적으로 협의하자는 입장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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