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박지원 호텔조사는 권력 눈치보기"

  • 입력 2003년 2월 12일 18시 45분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오른쪽)이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검찰의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 ‘호텔 비밀조사’의 문제점을 추궁했으나 명노승 법무차관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오른쪽)이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검찰의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 ‘호텔 비밀조사’의 문제점을 추궁했으나 명노승 법무차관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서영수기자
▼朴실장 수뢰의혹▼

11일 사회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과 휴먼이노텍 회장 이성용씨의 커넥션과 박 실장에 대한 검찰의 ‘특혜 조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이 박 실장의 금품 수수 혐의와 관련한 검찰의 ‘호텔 비밀조사’ 경위를 조목조목 따졌으나 정부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 의원이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으로 박 실장을 조사했느냐”고 묻자 명노승(明魯昇) 법무차관은 몇 차례나 머뭇거리다 “작년 12월24일과 28일 서울 강북에 있는 호텔에서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롯데호텔이라고 하는데 맞느냐”고 물었으나 명 차관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 의원은 “돈을 준 사람이 줬다고 말한 뇌물사건이면 떳떳하게 검찰청으로 불러야지 왜 호텔에서 조사하느냐. 군부 독재시절 말고 검찰이 호텔에서 조사한 예가 있느냐. 전직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의원들도 모두 검찰청사로 부르지 않았느냐. 박 실장이 ‘소통령(小統領)’이니 ‘대통령(代統領)’이니 하는 실세라서 그랬느냐”며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를 질타했다.

명 차관은 ‘호텔 비밀조사’에 대해 “돈을 줬다는 진술은 있었지만 수표 추적을 해보니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거나 “피의사건이 아니고 정식으로 입건된 사건도 아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명 차관은 ‘호텔 조사를 누가 결정했느냐’는 물음에도 처음에는 “담당 검사가 결정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했다가 거듭 추궁하자 “바쁘기 때문에 근무시간 외에 다른 장소에서 하기로 서로 협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자간 협의를 시인했다.

호텔비를 누가 냈느냐는 질의에 명 차관은 “확인을 못했다”고 말했다가, “알아 오라고 사전에 질의서를 보내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검찰청에서 부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에 대한 검찰조사 사실을 숨긴 점도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은 “대통령비서실장을 조사했다면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 왜 발표를 안했느냐”고 따졌지만, 명 차관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내사사건이고 종결했기 때문에 발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사건은 ‘김영준게이트’와 관련해 110억원대의 차명주식을 은닉해 비자금으로 조성해온 사실을 밝혀달라고 작년 정기국회때 요구했던 것이고,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이 이 사건과 관련해 구속됐다”며 “박 실장이 이성용씨로부터 민영화되는 공기업 인수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4000만원을 받았기 때문에 조사한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그러나 명 차관은 “증거가 없어 내사 종결한 사건이기 때문에…. 혐의 내용을 말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넘어갔다.

이 의원은 “일반적으로 뇌물사건은 대질신문, 가택 압수수색, 장부 압수조사, 계좌추적 등을 통해 밝히는 것인데, 박 실장이 혐의를 부인한다고 해서 바로 돌려보내고 종결한 것은 봐주기 아니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검찰에 이번 수사를 맡길 수 없다”며 특검제 도입을 요구했다.

그러자 명 차관은 “연인원 21명을 조사했고 이성용씨 관련 회사장부와 계좌추적도 했으나 객관적인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 의원은 “이달 25일 임기가 끝나면 박 실장은 과거에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은 데다, 가족은 미국시민권자여서 바로 미국으로 가서 영주할 수도 있다”며 “그러면 조사를 할 수 없는데 왜 출국금지를 안 시키느냐”고 지적했다. 명 차관은 “범죄사실이 구체화되지 않아 출국금지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盧당선자측 언론관▼

12일 국회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의 언론관과 지방언론의 활성화 방안 등 언론 문제도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의원은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직인수위가 비판적인 신문기사에 대해 ‘악의적인 사실왜곡, 인수위 흔들기, 국민판단 왜곡’ 등의 용어를 써가며 비판하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반응하고 있다”며 새 정부의 언론정책도 현 정부처럼 비판적인 언론에 적대적이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노 당선자측의 언론 인터뷰 원칙과 새 정부의 청와대 홍보직 인사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했다.

그는 “노 당선자가 중앙일간지 인터뷰는 창간 기념일에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방송사와 주요 외신 4곳과 인터뷰를 하는가 하면 특정 신문사를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에 방송 3사 출신을 내정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방송은 중시하면서 정권 지지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을 차별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 뒤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방송과 신문, 신문간의 싸움이 더 심화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정거래위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 결정이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인데도 노 당선자측이 감사원에 특감을 요구한 것이 적법한 것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공정위의 직무 독립성이 중요하다”며 “공정위의 결정은 언론사의 경영 악화로 인한 공익 기능의 축소를 염려해 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합의 결정한 것으로 결정 과정에 어떤 잘못도 없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또 “인수위가 전경련 김석중(金奭中) 상무의 발언에 대해 강압적인 사과를 받아낸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보도대로라면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노 당선자의 언론정책에 대한) 일각의 염려가 있고, (언론)차별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려를 전달하겠다”고 대답했다.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지방신문의 난립 및 대책, 그리고 신문사간의 과당경쟁 문제를 거론했다.

김 의원은 “특정지역 중소도시에 가면 신문이 9, 10종이 발행되는데 대단한 손실이다. 언제까지 언론자율화의 이름으로 이를 방치할 것이냐”며 문화관광부의 대책을 물었다. 그는 “신문의 과당경쟁 때문에 자전거가 서울 시내에 많이 돌아다닌다. 자전거 판매상들 사이에선 ‘신문은 우리가 만들 테니 신문사는 자전거 팔아라’는 얘기까지 한다는데 이에 관한 좋은 대책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김성재(金聖在) 문화부 장관은 답변에서 “지방언론은 소수를 제외하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 지방언론도 중요하다”며 “정부는 언론재단을 통해 취재지원, 기자연수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 밖에도 지역언론의 건강을 위한 대책을 적극 모색하겠다. 지역 언론사도 자정과 경쟁력 강화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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