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DJ국민앞에 반성문 바쳐야"

  • 입력 2003년 2월 12일 18시 49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퇴임과 동시에 검찰청에 자진 출두해 밤샘조사라도 받아야 한다.”

한나라당 김성조(金晟祚) 의원은 12일 국회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렇게 말한 뒤 “이것만이 국민과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대한 (김 대통령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리 배포된 질문 원고에서는 “김 대통령은 권력의 오만과 독선을 반성하고 그에 관한 반성문을 써서 국민 앞에 바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김 대통령이 검찰에 자진 출두하고 반성문을 작성해야 할 이유로 실정(失政) 사례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그는 “정부가 남북관계를 뒷돈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게 만들었고, 오히려 북한의 공갈 협박에 순응해야 하는 관계로 전락시켰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국민적 관심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로또복권’뿐이고, 카드 빚에 의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가 하면, 빚을 갚기 위해 젊은이가 장기를 팔려고 하는 등 사회적 병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 및 세대간의 갈등이 완화되기는커녕 대결과 투쟁의 양상으로 확산된 것과 공교육의 실패로 인한 사교육 폐해가 심화된 것도 정부가 비판받아야 할 근거라고 김 의원은 덧붙였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대한민국은 로또복권 공화국"▼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이희규(李熙圭) 의원은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로또복권과 관련해 “이러다가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대한민국은 로또복권공화국이다’로 바뀔 판이다”며 정부를 다그쳤다.

이 의원은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등 정부 주도의 레저형 사행산업 규모가 연간 11조원을 넘는다”며 “정부가 소액복권들을 통합해 판돈을 키워놓고 ‘돈 놓고 돈 먹기’식의 한탕주의를 조장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는 복권판매 수익금을 공공복지에 사용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복권을 구입하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만 터는 꼴이다”며 “수익금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집행하고, 이제까지 부처별로 분배한 수익금의 구체적 사용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의원도 “사행심을 조장하고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로또복권을 10개 정부부처가 연합해서 추진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는 “로또복권은 세계 60개국에서 즐기는 선진형 복권이고 충분히 검증된 공익기금 조성제도다”면서도 “연간 3000억∼4000억원 정도 판매될 줄 알았는데 이대로 가면 1조원대에 이를 것 같다. 정부도 당황해서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통합복권법을 만들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金총리의 소신발언▼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침’에 구애받지 않고 잇따라 ‘소신 발언’을 해 정치권의 관측이 분분하다.

김 총리는 대정부질문 첫날인 11일 2235억원 대북 비밀송금사건 처리에 대해 “검찰의 수사유보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비판론에 수긍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12일에도 김 총리는 대북 비밀송금 행위의 ‘통치행위’ 인정을 끝까지 거부한 채 “검찰수사를 통하든 특검을 통하든 국회의 논의 결과에 따라 사실관계가 먼저 밝혀진 뒤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어느 정권의 총리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 총리는 앞서 5일 자신의 이름으로 행한 시정연설에서도 “각종 남북협력사업 추진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함으로써 대북정책과 관련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보수 노선에 입각한 대북 교류관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영선(金映宣) 의원은 “엄격한 법리해석에 자존심을 걸고 공직생활을 해온 대법관 출신으로서 정치논리에 따른 ‘통치행위’를 인정할 수 있겠느냐”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임기가 끝나가는 정권 말기이기 때문에 그런 말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상황론을 내세워 평가절하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

김 총리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12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는 대북 송금 관련자의 ‘민족반역’ 운운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에 “확인되지 않은 가정을 전제로 실정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하는 등 야당측 주장과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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