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원들 국회서 몸싸움

  • 입력 2003년 2월 12일 23시 16분


12일 오전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 중이던 국회 본회의장.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 의원이 같은 당 안영근(安泳根) 의원에게 다가가 “잠깐 나자가”며 회의장 밖 의원휴게실로 안 의원을 데려갔다. 휴게실에는 신경식(辛卿植) 의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 의원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김 의원이 대뜸 “당 제도개혁은 얼마든지 좋다. 하지만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인적 청산 운운하며 선배들을 매도하느냐”며 멱살을 잡았다. 진보성향 의원모임인 ‘국민 속으로’에 속해 있는 안 의원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물어 실명으로 당내 ‘5적(敵)’ ‘10적(敵)’을 지목, ‘인적 청산’을 위한 연판장을 돌릴 것이라는 일부 언론보도를 문제삼은 것이었다. 당황한 안 의원은 “두 분을 청산대상으로 거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때 김용갑(金容甲) 의원이 들어오며 “왜 나를 청산대상으로 거론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안 의원은 “우리 당에서 (김용갑 의원이) 수구냉전적이라는 사실은 제대로 비판해야 한다. 당 이미지를 흐려놓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에 김 의원은 “노무현(盧武鉉)은 좌파정권, 친북세력이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때 대구 출신 윤영탁(尹榮卓) 의원까지 뒤따라 들어와 ‘국민 속으로’가 대구에서 개최한 당 개혁토론회에서 ‘영남지역 의원 물갈이’를 거론한 데 대해 “대선 때 표를 많이 얻은 것도 잘못이냐. (젊은) 너희들이 6·25전쟁 때 뭐했느냐”고 가세했다.

이때쯤 소식을 전해들은 ‘국민 속으로’의 김부겸(金富謙) 의원이 달려와 “사실이 아니다”며 수습을 시도했고, 경북 구미 출신 김성조(金晟祚)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가자”며 안 의원을 달래 휴게실 밖으로 데리고 나오며 사태는 일단락됐다.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당내 주도권 갈등의 일단을 보여준 것으로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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