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을 추진하되 방송위원회가 갖고 있는 방송정책권을 환원하고 방송위는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규제 권한만 갖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보고했다.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방송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차기 정부와 문화부간의 ‘사전 교감’ 여부.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이 사안은 새 정부 출범 후 정부조직개편 작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인수위에서 결론을 내릴 입장이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문화부의 고위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을 추진하면서 문화부 입장에서의 방안을 보고했을 뿐”이라며 정권 교체기에 따른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방송계는 방송 정책의 환원 발상 자체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명목상으로는 방송위에 방송정책권을 위임한 것처럼 했으나 방송위원 선임과 방송계 고위층 인사에는 여전히 권력층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은 2000년 8월 문화부장관 재직시 방송위를 제쳐두고 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해 장관직을 걸고 전쟁을 선언하는 등 ‘월권’을 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도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방송사 고위직 인선에 대한 줄대기와 각 방송사의 눈치보기가 극심한 실정이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 교수(신문방송학)는 12일 문화부장관의 국회답변에 대해 “방송통신위를 단순히 심의 윤리 기구로 전락시켜 ‘바지저고리’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와 아울러 현 방송위가 정치권의 나눠먹기식 위원(9명) 선임 방식과 비전문성으로 인해 제 구실을 못해온 데 대해 방송위의 전문성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선문대 황근 교수(신문방송학)도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의 추천을 받은 비전문적 위원들이 소신 행정을 펴지 못하고 정책 수행에 차질을 빚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과거로 회귀할 것이 아니라 위원 선임 방식을 개선하고 공정위나 금감위처럼 법령 제정권 등을 부여해 소신 행정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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