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인수위 기자실을 대표해 오전 9시반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를 취재한 풀(pool) 기자단이었던 연합뉴스 경향신문 SBS의 기자들은 취재 중 문제의 발언을 듣고 이를 기자실에 알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배석했던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이 브리핑을 자처해 “별 이야기 없었다”며 기사화를 말렸고 풀 기자단과 동행했던 인수위 대변인실 직원(행정관)은 문제의 발언 대신 정 의장의 브리핑을 기자실에 배포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풀 기자단은 일단 문제의 발언을 뺀 채 기자실에 알려준 뒤 다시 문제의 발언이 담긴 플로피디스켓을 대변인실에 넘겨주며 이를 인쇄해 기자실에 배포할 것을 요구했지만 대변인실은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기자들이 이를 알고 “왜 입맛대로 내용을 삭제하느냐”며 항의하자 대변인실측은 “삭제한 게 아니다”며 뒤늦게 다시 자료를 배포했다.
인수위는 지난해 12월30일 노 당선자가 계룡대에서 열린 3군 합동업무 보고에서 “주한 미군 철수에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을 때도 비보도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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