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盧 ‘北核발언’ 한때 삭제

  • 입력 2003년 2월 13일 22시 10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발언 자료를 기자실에 배포하면서 “미국과 견해가 다른 것은 달라야 한다”는 내용을 뺐다가 기자단의 항의를 받고 추가 배포해 논란이 일었다.

이날 인수위 기자실을 대표해 오전 9시반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를 취재한 풀(pool) 기자단이었던 연합뉴스 경향신문 SBS의 기자들은 취재 중 문제의 발언을 듣고 이를 기자실에 알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배석했던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이 브리핑을 자처해 “별 이야기 없었다”며 기사화를 말렸고 풀 기자단과 동행했던 인수위 대변인실 직원(행정관)은 문제의 발언 대신 정 의장의 브리핑을 기자실에 배포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풀 기자단은 일단 문제의 발언을 뺀 채 기자실에 알려준 뒤 다시 문제의 발언이 담긴 플로피디스켓을 대변인실에 넘겨주며 이를 인쇄해 기자실에 배포할 것을 요구했지만 대변인실은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기자들이 이를 알고 “왜 입맛대로 내용을 삭제하느냐”며 항의하자 대변인실측은 “삭제한 게 아니다”며 뒤늦게 다시 자료를 배포했다.

인수위는 지난해 12월30일 노 당선자가 계룡대에서 열린 3군 합동업무 보고에서 “주한 미군 철수에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을 때도 비보도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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