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 대통령은 대북 송금 과정에서의 국가정보원 역할,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여부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 대북 송금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확산될 전망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치게 돼 참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뒤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검찰이나 특검 수사를 받을 용의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법률적으로 다루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고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김 대통령은 또 “정부는 현대의 대북 송금이 평화와 국가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했다”며 “남북정상회담의 추진과정에서 이미 북한 당국과 많은 접촉이 있던 현대측의 협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는 “현대측이 북측과 대규모 협력사업들을 독점하기 위한 대가로 총 5억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또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은 2000년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북한 송호경(宋浩景)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비밀접촉을 갖고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이날 김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의 4000억원 대출을 둘러싼 외압 의혹 △국정원이 대북 송금 개입 과정을 김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여부 △5억달러 중 나머지 3억달러의 대북 송금 과정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여부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상이 규명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김 대통령은 오늘 마지막 기회까지 무산시켰다”며 이번 회기내 특검제 관철 의지를 거듭 밝혔다.
한나라당은 또 김 대통령 담화 내용의 ‘12대 문제점’을 지적한 뒤 박지원 비서실장과 임동원 특보 등 ‘대북 뒷거래 핵심 6인방’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측은 특히 지난해 10월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박 실장이 ‘2000년 3월 싱가포르에서 북한의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위증한 점을 들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이날 국회에서 총무회담을 갖고 특검제에 관한 협상을 벌였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해 결렬됐다.
이 총무는 “당초 예정한 17일 본회의 처리가 어려울 경우 25일 고건(高建)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에 앞서 특검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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