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윤경민(尹慶敏)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4일 김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이 “국민의 의구심을 풀기에는 미흡했다”며 “통치행위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이번에 구체적인 해명 없이 지나간다면 차기 정부가 대북관계를 풀 때 국민의 지지 여론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준(金錫俊)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대와 정부의 정경유착 관계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는 등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국민에게 ‘양해해 달라’고 했지만 그 이전에 사실 자체를 진솔하게 밝히는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조사 및 책임회피 논란=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기정(金基正) 교수는 “정권 말기에 솔직하게 밝힌 점은 큰 용기가 필요했고 시기도 적절했다”며 “그러나 진상 은폐 의혹은 사실 규명 차원에서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법적 발상을 통한 남북관계의 진전을 더 이상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이 “책임지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김석준 교수는 “대통령의 발언은 그저 도의적 책임만을 지겠다는 정도로 이해된다”며 “특검제가 불가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사법적 처리가 부적절하다는 것은 결국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사법처리가 부적절하다고 해서 실체적 진상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적 의혹 해명과 다음 정권의 올바른 남북관계 정립을 위해서라도 실체적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반면 한 중견 검사는 “대북 송금 과정에서 관련자의 개인비리가 없는 한 사법처리는 현재 상황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다”고 피력했다.
▽시민단체 반응=시민단체들도 “쟁점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미흡했다”며 추가 해명을 요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정재헌·鄭在憲 부장판사)는 1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송금 해명에 대해 “대통령의 담화를 계기로 대북송금사건에서 드러난 실정법위반행위에 대해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변협은 성명서에서 “국가정보원이 비밀리에 송금 편의를 제공한 것이 국익을 위한 행위인지 의문”이라며 “환전편의 제공이 무엇인지, 또 남북정상회담 개최 관련 여부 등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송금의 성격과 과정 설명이 국민을 설득하기에 충분치 않았다”며 “이 문제의 검증은 국회의 몫으로, 국회는 국정조사 등 필요한 조사수단을 합의한 뒤 특검제 발동 등 사법적 수단을 선택할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도 “대북 송금이 전적으로 현대라는 민간기업 차원의 일이었는지, ‘돈 세탁’ 등 대출과 송금 과정의 불법행위 의혹을 정부가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 등 구체적으로 해명한 것이 없다”며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이번 사태에 임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이 사건의 고발인으로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여 모든 의혹을 밝히고 진상 규명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며 “각종 소송과 입법청원 등을 통해 이런 초법적인 해법 제시가 얼마나 안이한 발상이며 법치국가에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자유수호민주운동총연합 이용택(李龍澤) 집행본부장은 “특검제와 국회 공개증언을 통해 실체적 진실부터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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