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北송금 해명]"현대가 北송금 주체" DJ-林 책임 피하기?

  • 입력 2003년 2월 14일 19시 00분


1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 특보가 밝힌 현대상선의 2억달러 대북 송금 경위가 특검이나 검찰 수사에서 어떤 법률의 적용을 받을지 주목된다.

법조계는 김 대통령이 대북 자금의 성격과 송금 과정을 자세하게 밝히지 않아 이날 발표된 내용만으로는 법 적용과 가벌성(可罰性) 여부를 따지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북한에 송금된 2억달러가 대북 협력사업 독점을 위한 권리금이라면 처벌이 어렵다”면서 “정부가 통치행위라는 이유로 국민에게 거짓말까지 하며 이 돈의 성격을 밝히지 못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해명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 진행과정으로 볼 때 실정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가정보원이 현대상선의 송금 과정에서 환전 편의를 제공한 행위는 외국환거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국정원이 2억달러라는 거액을 유출하는 과정에서 재정경제부 등에 신고하지 않았을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또 국정원 직원이 산업은행의 수표를 달러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돈세탁에 개입,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을 경우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죄나 금융실명제법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또 현대상선이 국내에서 2235억원을 반출할 당시 통일부의 승인이 없었다면 남북교류협력법의 적용도 가능하다.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에서 북측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만난 사실에 대해 거짓말로 일관했기 때문에 위증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대국민담화나 해명 등으로 시인한 사실만으로는 김 대통령이나 임 특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김 대통령의 경우 남북정상회담 추진 당시 “현대관계 보고를 잠깐 들었다”며 송금 지시 여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임 특보의 경우에도 대북 송금 주체를 정부가 아닌 현대로 단정하고 국정원이 송금 편의만을 봐줬다고 해명, 법적 책임을 피해나갔다는 것.

이에 따라 법조계는 앞으로 특검 또는 검찰 수사가 본격 진행돼 진상이 규명돼야 법 적용 대상과 범위가 구체화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최용석(崔容碩) 변호사는 “산업은행 대출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 없어 권력 실세의 직권남용이나 처벌 수위는 물론 산업은행과 현대상선의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성립 여부도 지금 단계에서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